[여계봉의 산정천리] 전철 타고 떠나는 양평 물소리길

여계봉 선임기자

 

4월은 그냥 집에 버티고 있기에는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봄 내음 가득 실린 햇살 가득한 야외를 걷으며 자유로운 자신을 느끼고 싶으면 훌쩍 수도권 전철을 타고 ″봄~ 내려오는″ 길로 떠난다.

 

양평 물소리길은 수도권 전철인 경의 중앙선의 양평 구간에 있는 역과 역을 이어 걷는 길이다. 2013년에 처음 개장한 6개 코스가 양수역을 기점으로 전철역에서 시작해 전철역에서 끝나는데 작년 10월에 양평 동부권의 자연과 기차역을 둘러볼 수 있는 3개 코스가 더해져 총 92.2km의 9개 코스로 운영 중인데 수도권 주민이라면 자동차를 타지 않고도 전철을 이용해서 걷기를 즐길 수 있다. 

 

남한강 물소리를 들으며 동무들과 걷다 보면 영혼까지 자유로워진다. 

 

9개 코스 중 양평 물소리길 4코스는 양평역에서 출발해 원덕역까지는 이어지는 길이다. 4월이면 푸릇푸릇한 버드나무길과 끝도 없이 만개한 벚꽃과 남한강, 흑천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래서 봄이 한창인 4월에는 부담 없이 걷기 좋은 4코스를 추천한다. 

 

양평 물소리길 4코스(버드나무나루께길, 8.9km 3시간 소요), 양평군청 제공 

 

양평역에서 출발하여 강변의 자전거길을 따라 벚꽃축제가 한창인 갈산공원에 들어선다. 갈산(葛山)은 양평의 옛 지명으로, 칡이 많아 칡미로도 불리었다고 한다. 갈산공원에서 강가로 내려서니 남한강 옆으로 버드나무나루께길의 강변길이 기다린다. 버드나무나루께길은 이름부터 무척이나 정겹다. 나루께는 나루터라는 의미, 즉 버드나무 나루터가 있는 길을 따라 버드나무들이 드리워진 그늘 아래 바람을 즐기며 흙길을 걷는다. 4코스의 반은 남한강을, 반은 남한강 지류인 흑천의 물길을 따라 걷는다. 강가의 버드나무는 흐드러지게 춤을 추고 길은 흙길이라 푹신해서 자박자박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남한강을 품고 있는 양평은 칡이 많아 갈산(葛山)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 나뭇잎들이 만들어내는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춤추는 버드나무를 벗 삼아 길을 걷다 보니 배다리가 나온다. 근처에는 나룻배도 있고 그네도 있다. 초록의 장막을 친 강변 숲 사이로 보이는 당실당실 몇 점 구름 떠가는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봄날의 설렘은 남한강의 도도한 물길처럼 가슴으로 밀려든다. 남한강 물소리길에 주렁주렁 매달린 물오른 버드나무 가지가 간지럼을 태운다.

 

흐드러지게 늘어진 버드나무가 강바람에 춤을 춘다. 

 

버드나무나루께길이 끝나는 길에서 자전거도로로 올라선다. 갈산공원을 지나며 줄 서 있는 벚나무 행렬은 현덕교를 지나서도 계속 이어진다. 벚꽃이 만개한 시골길을 동무들과 함께 걸으니 발걸음이 더욱 신이 난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익어가는 잎사귀들, 산과 들에 뿌리박은 초목들은 저마다 초록을 가득 머금은 채 득의양양하다. 초록의 대지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물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들이 만들어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자연의 소리는 마음마저 깨끗하게 한다. 

 

현덕교에 올라서면 흑천을 따라 같이 흘러가는 벚나무길이 보인다.

 

남한강과 작별하고 현덕교에 올라서면 흑천을 만난다. 현덕교를 지나면 흑천 따라 벚나무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 길에 하얀 꽃잎이 난분분 난분분 떨어지니 흑천의 강바람이 오히려 고맙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흑천의 물소리로 귀까지 즐거우니 물소리길은 낭만이 가득하다. 꽃들의 보시, 향기의 보시...이 길을 걷는 이들은 과분한 호사를 누린다.

 

흑천 강바람에 꽃비 맞으며 걷는 이 길은 피안으로 가는 길이다.

 

벚나무길이 끝나면 그 유명한 신내 해장국 거리가 나온다. 흑천교 옆으로 난 거무내길을 끼고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가면 온천과 대형 리조트가 나오는데, 여기서 강으로 난 쉼터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도 좋다. 야외 캠프장을 지나면 시골 마을 길이 나오는데 소박한 시골집에서는 가족끼리 대화하는 소리가 낮은 담 너머로 새어 나온다. 구수한 삶이 녹아있는 마을 길을 따라 원덕초등학교를 지나서 원덕역에 도착하면서 4코스가 끝난다. 

 

흑천 옆으로 난 벚꽃길을 따라 계속 가면 5코스 용문역으로 이어진다.

 

양평 물소리 길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길이다. 단지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해지는 길이자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길이다. 4월 중순이 되면 수만의 꽃잎들이 한 줄기 바람을 타고 떠나가는 이 길을 따라 한없이 걸어 보자.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4.04.08 01:39 수정 2024.04.0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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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