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뿌린 대로 거두리라

신기용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콩 날 데 콩 나고 팥 날 데 팥 난다.”

“오이씨에서 오이 나오고 콩에서 콩 나온다.”

 

우리 속담에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를 곰곰이 생각하고 사색해 볼 일이다. 콩을 뿌리면 콩, 팥을 뿌리면 팥, 오이씨를 뿌리면 오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세상만사가 뿌린 대로 거둔다.

이 말이 불교를 비롯한 인도 종교에서 업(業)의 관념과 관련이 있다. 한자어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말과 연관이 있다.

 

성경에도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7)는 바울의 말이 있다.

 

몇 년 전(2019) 새해 벽두부터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결국, 8일 만에 당선을 취소하였다. 

 

당선 취소 시를 읽어 본다. 표절 의혹을 불러일으킨 세 부분은 굵은 글씨로 표기한다. 

 

별이 깃든 방, 연구진들이 놀라운 발견을 했어요 그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별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별을 발견했습니다 그 크기는 목성보다 작고 토성보다 약간 큰 정도로, 지구 열 개밖에 안 들어가는 크기라더군요 세상에 정말 작군요, 옥탑방에서 생각했어요 이런 작고 조밀한 별이 있을 수 있다니 하고 말이죠 핵융합 반응 속도가 매우 낮아서 표면은 극히 어둡다고 합니다 이제야 그늘이 조금 이해되는군요

(…)

 

여기 옥탑에서는 중력이 약해서 몸의 상당부분이 기체로 존재해요 그래요 모든 별들은 항상 지상으로 언제 떨어질지 숨을 뻗고 있는 거죠

 

- 당선 취소 시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일부

 

인터넷에서 표절 시비가 일자 ‘세계일보’는 심각성을 심의한 결과 당선 취소 결정문을 내놓았다. 굵게 표기한 부분이 가장 핵심 요지이다. ‘세계일보’의 당선 취소 결정문을 읽어 본다.

 

201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의 당선을 취소합니다. 이 작품은 인터넷 블로그 ‘고든의 우주이야기’의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가져와 창작한 것으로, 표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심사위원단의 최종 판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심사위원들은 “201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는 심사 과정에서 출처나 주석 없이 투고되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으나, 작품 발표 후 일어난 논란을 심사숙고한 결과 표절의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심사의 엄정성을 위해 당선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당선 취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세계일보는 신춘문예 응모와 심사에 대한 엄정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차원에서 당선을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응모자는 이 결정을 수용했습니다. 

- 2019.1.8. ‘세계일보 인터넷판’에서

 

이런 일이 한국 문단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미 보편적인 과학의 사실을 바탕으로 쓴 시이다. 

 

문학도는 철저한 윤리 의식으로 똘똘 무장해야 한다. 느슨한 윤리 의식으로 말미암아 당선 취소라는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다. 응모하기 전에 “오이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 법이니, 하늘의 그물이 넓고 넓어서 성기어도 새지 않는다.”라는 말을 한 번쯤 되새겨 보았다면 블로그에서 차용한 문장을 제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4.04.10 00:30 수정 2024.04.10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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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