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아랑가, 국민애창곡 해설] 요술 같은 세상사, <여자의 일생>

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 이미자 노래

유차영

노래에도 품격의 향기와 감흥의 결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5천 년 우리 민족의 품향(品香)과 흥결(興潔)을 아우런 곡조와 절창 한 곡을 고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아리랑>이 있음이다. 이는 우리 고유의 유행요(流行謠)로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곡이요, 정통 대중요(大衆謠)이다. 가장 민족적이고 통속적인 가요(歌謠)다.

 

이런 전통과 정통으로 면면히 이어오는(이어갈) 노래는, 우리 민족의 전통 밥상에 놓이는(놓일) 묵은지 장아찌와 같다. 김치와 깍두기와 오이지가 그것이다. 강된장 속에 손바닥 만한 크기로 묻혀(박혀) 있는 거무티티한 무우 조각을 연상해보시라. 된장과 간장과 고추장의 풍미는 어쩌리요. 오랜 세월 묶인 것일수록 특유의 향과 맛이 아우러진다. 이런 향과 맛은 ‘고유한 우리의 멋’이라는 말로 감탄해야 한다.

 

이런 생각의 갈피에서 오늘, 유아국해(劉我國解, 유차영의 아랑가 국민애창곡 해설), 《아랑가》곡목은, 1968년 이미자 선생의 목청을 넘어온 <여자의 일생>이다. 이 노래는 우리 아랑가 100년 세월 강에 띄워진 절세가인(絶世佳人)의 절세가곡(絶世歌曲)이다. 우리네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들 고달픈 인생길에 수 놓인 서정~.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 하고 /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 아~ 참아야 한다기에 /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여자의 일생> 노래 속 화자는 봉건·가부장적 시대의 여성이다. 먼 옛적부터 구한말 대한제국기·일본제국주의 식민지·미군정과 6.25전쟁기를 거쳐 베트남전쟁 기간의 터널 속을, 행주치마와 몸빼바지를 입고 통과해온 우리 어머니들이다.

 

이 절창을 미스트롯2 경연에서 당시 12세 김다현이 불렀다. 노래보다 41년이나 이 세상에 늦게 나온 청학동 김봉곤 훈장의 둘째 딸. 그녀는 ‘국악트롯요정 12살 김다현입니다. 타 오디션 프로그램(보이스트롯)에서 준우승을 하였지만, 아직 배울 점이 더 있다고 생각하여 미스트롯2에 나오게 되었습니다.’라고 소개를 한 후 본 서절(緖節)을 내질렀다. 김다현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처럼 노래를 한다.

 

흘러간 시절에 불린 노래들은 전주(前奏)와 노래 1절, 그리고 간주(間奏)와 노래 2절, 마무리는 짧은 후주(後奏)로 대중들과 교감했다. 효과음향이나 조명기술이 오늘날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용되던 것이 오프닝·중간대사였다. 이러한 감흥 멘트는 음반 녹음에는 통상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여자의 일생>도 중간대사로 노래의 흥취를 더했다.

 

울고 살기 마련이냐/ 속아 살기 마련이냐/ 죄 없는 내 가슴에/ 못을 박고 떠난 사람아/ 얼음같이 찬 세상에/ 너 하나를 믿었더니/ 운명의 수수께끼 아들마저 날 버리니/ 아~ 음~ 여자의 일생 이다지도 모질던가// 가도 가도 산이더냐 가도 가도 물이더냐/ 꽃 매화 봄에 불을 놓고 떠난 사람/ 요술 같은 세상사에 연기같이 지는 인생/ 마지막 숨 지으며 불러보는 아들, 아들/ 아~ 음~ 여자의 일생 이다지도 비극인가.’ 노랫말보다 더 절절한 사설에 가슴 쥐어뜯는 대중들은 노래가 나온 지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도 허다하다. 그래서 이 노래가 100년 애창곡이 되는 것이다.

 

견딜 수가 없도록 외로워도 슬퍼도 /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한다고 / 내 스스로 내 마음을 달래어 가며 / 비탈진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 아~ 참아야 한다기에 /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여자의 일생>은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사형제(영탁·김수찬·안성훈·남승민)팀이 절창하기도 했던 곡이다.

 

이 노래는 프랑스 모파상의 원작 소설 『여자의 일생』을 각색한 것이다. 젊어서는 남편의 학대와 굴욕 속에 살다가 늙어서는 자식들에게 버림을 받고, 옛날 하인의 집에 여생을 의탁하게 되는 여인의 슬픈 인생을 그린 작품. 원제목은 『어느 생애』이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모파상의 고향 노르망디 지방 귀족의 외동딸 <쟌느>가 주인공이다. 이 소설이 문화예술의 서세동진(西勢東進)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와서 대중가요로 환생(還生)하였다. 소설로 와서 노래로 환생했다가 다시 영화로 거듭났다.

 

대중가요 작사·작곡가와 가수는 예술적인 영혼부부라고 해도 된다. 연분이 있어야 만나고, 감성적 호흡이 맞아야 대중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일생> 노래가 탄생할 당시 이미자는 28세 백영호 49세였다.

 

이미자는 1941년 서울 한남동에서 태어나서 문성여상고 3학년이던 1958년 TV노래자랑에 참가하여 1등을 하였으며, 이듬해 19세에 나화랑의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를 하였다. 이어서 1964년 <동백아가씨>로 35주간 연이어 가요순위 1위를 차지한다. 이때 <동백아가씨>는 앨범이 100만 장이나 팔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 음반이다.

 

작곡가 백영호는 1920년 부산 출생, 본명 백영효다. 그는 만주 신징음악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만주는 중국 54개 민족 중, 만주족의 발상지 백두산 인근 연변 조선족자치주 전역을 일컫는 통칭이다. 신징(新京)은 오늘날 창춘 지역이다. 이곳은 일본이 1932년 만주국을 건국하고 수도로 정한 곳이기도 하다. 백영호는 1964년 <동백아가씨>로 24세의 이미자를 국민가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는 <동백아가씨>, <여자의 일생>, <서울이여 안녕>, <울어라 열풍아>, <황포돛대>, <추억의 소야곡>, <석류의 계절>, <아씨>, <여로>, <저 강은 알고 있다>, <지평선은 말이 없다> 등 100여 곡의 히트곡을 이미자와 함께 제조해냈다. 또한 문주란의 <동숙의 노래>, 남상규의 <추풍령> 등을 포함하여 4천여 곡을 지었으며, 그는 2003년 향년 83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했다.

 

1968년 신상옥 감독은 <여자의 일생> 영화를 제작한다. 이미자가 주제곡을 불렀고, 최은희·도금봉·남정임·남궁원·허장강이 출연했다. 1883년 발표된 모파상 원작 <어느 생애>의 주인공은 12세 때부터 5년간 수도원에서 교육받았고, 행복한 소녀 시절과 약혼기를 거쳐 결혼생활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첫날밤 남편의 난폭한 야수성을 보게 되자 환멸과 비애를 느낀다. 난봉꾼인 남편 쥘리앵은 하녀 로잘리에게 아이를 낳게 하고, 백작의 부인과 간통하여, 그 남편에게 살해되고 만다. <쟌느>는 남은 외아들인 폴에게 모든 희망을 걸지만, 아들마저 감당할 수 없는 방탕아가 되어, 집을 떠나 그녀를 절망시킨다.

 

김다현은 2009년 진천 출생, 2020년 청학동국악자매 싱글앨범 <경사났네>로 데뷔했다. 그녀는 공주 박동진판소리명창 명고대회 학생부 판소리 부문, 전국어린이판소리 왕중왕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국악신동으로 불렸다.

 

2020년 미스트롯2 경연에서는 올 하트를 받지 못하는 아쉬움의 주인공이다. 요즘 여러 노래 경연에 초·중등생들이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다. 유전적인 재능의 조기 발굴에 대한 시시비비는 차치하고, 천부적인 재능을 후 순위로 하고, 대중들이 흔드는 인기 깃발 앞으로 어린 신동들을 내모는 지상파 공중파 매체들의 민얼굴이 궁금하다.

 

더군다나 아직 봉우리로도 채 맺히지 않은 연초록 빛 꽃들을 상업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자꾸 얼굴이 활활거리는 것은 왜일까. 아~ 가슴 저린 엄마의 일생이여. 누이의 일생이여~ 헤아릴 수 없는 밤을 홀로 지새우다가 하늘 여행을 떠나가신 엄니들이여~.

 

이제 필자는 <여자의 일생>과 같은 노래 유(類)를, 우리의 고유한 노래 <아리랑>과 <가요>를 합친 말, 《아랑가》로 부르기를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과 해외동포 여러분께 청(請)하고, 탁(託)한다. 얼마나 멋지고 고유한 맛을 지니고 풍기는 말인가, 《아랑가》(我浪歌·ArangGA)~.

 

노래도 우리의 고유한 선비 같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있고, 절세가인(絶世佳人) 같은 멋과 향과 결이 있다. 우리의 고유한 밥상 위의 전통찬(傳統餐), 간장·고추장·된장과 묵은 장아찌의 맛을 생각하면 군침이 돌지 않는가.

 

이제 《트로트》라는 말과 단어와 용어를 역사의 뒤안길에 괴어 두고, 《아랑가》라는 새 이름패를 달아주고, 깃발에 매달아 흔들자. 아랑가~ 아랑가~ 아랑가~.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과 감흥을 솟구치게 하는, 군침이 감돌게 하는 이름이여~. 글로벌 세계만방에 풍성거리소서.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4.04.15 01:59 수정 2024.04.1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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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