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동안 어느 어르신은 지난 세월을 아쉬워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넋두리하셨다. 젊은 시절 제아무리 화려한 생활을 했을지라도 현재를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르신은 방문 때마다 혼잣말처럼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계셨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유한有限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으신 모양이다.
그믐달
보름달 아녔던 적 없고
보름달
기울어 그믐달 쭉정이
되지 않았던 일 없지
복지사 선생
‘자식들 자기 애미
요양원에 보내지 않는다고
찾아 오지도 않고
나도 거동 힘들지만
치매 마누라 돌봐야 하는
천명天命인걸’
복지사 양반
‘마누라에게 요양원이
집보다 편하다고 어이
거짓말하고 버리고 온단 말이오
내 살아 있는 동안 못 보내’
나는 마누라 저렇게 돌볼 수
있을까 하는 모자람에
어르신의 야윈 어깨 위에
한 움큼 빗줄기 뿌렸다
점심시간이 지나 방문한 어느 어르신 댁에서는 아직 늦은 점심을 드시고 계셨다. 할머니는 돌아앉아 혼자 생선을 드시는 할아버지를 못마땅해하시면서도 불쌍한 연민의 정이 앞선다. 내가 옆에서 챙겨 주지 않으면 그 누가 저런 사람을 챙겨 줄까. 나만이라도 함께 있어 줘야 하지 않겠소. 자신을 돌보지 않으셨지만,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욕심을 채우시려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한숨지으시며 내뱉는 말이다.
35년 동안 빠듯한 월급쟁이
6남매 키우느라 생선살
제대로 한 번
먹어 보지 못한 사람
자식들 생선 먹다 가시에
걸리면 안 된다며 꼼꼼히
발라 주고 생선 대가리
겨우 어적어적 씹던 양반
퇴직한 지 10년 지난 어느 날
출퇴근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 기다린다고 했다
이제 생선 주면 누가 빼앗아 갈까
등 돌리고 먹는 사람
치매 들어 이제 제 몫 찾는
저 양반
왜 그렇게 살지 못했소
사회복지사님!
저 사람 불쌍해요
그 누구도 피해 가리라 장담하지 못하는 치매. 한 번 걸리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멍에가 되고 만다. 잊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를 쓰건만 꺼져가는 뇌의 기억은 되살릴 수 없다.
[김태식]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온마음재가센터 사회복지사(현)
울산신문 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해양문학상 논픽션 소설 당선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 wavekt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