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지역 명사의 공정한 평가와 조명

김관식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는 1995년 이후부터 지방마다 자기 지역의 특성을 살려 해마다 지방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방축제는 지역민들의 화합과 자긍심을 높이고, 자기 고장의 특산물을 널리 알려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명승지, 유적지, 수려한 자연환경 명소 등 관광자원을 개발하여 관광지로 조성하고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축제를 해마다 개최하는 고장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기관마다 자기 고장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관광지의 조경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 고장에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쾌적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역사전통문화유적지나 자연환경, 도로 등을 재정비하고 부대시설로 주차장, 박물관, 특산물 판매장, 숙박시설 등을 새로 짓거나 말끔하게 단장해놓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고장의 명사를 홍보하여 자기 고장의 자긍심을 높이고,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명사의 기념관이나 문학관 건립하고, 관광지 환경조성으로 향토 문인의 시비를 세워 자기 고장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자기 고장의 역사적인 인물, 명사들을 내세우는 것도 관광 인적자원이고, 자기 고장의 사람들에게 애향심을 고양하는 중요한 일임에도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결정으로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고장이 많다. 

 

자기 고장의 명사 선정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무사안일한 일 처리나, 지역사회 유력인사의 힘으로 우선순위가 뒤바뀌기도 하고, 지명도나 지역발전의 공헌도와는 무관하게 엉뚱한 인물이 부상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등 형평성을 무시한 뒤죽박죽되어 버렸다는 점이 문제다. 그나마 자신의 고장을 비하하는 글을 시비로 내세워 주민의 자존심도 뭉개놓으면서까지 관광지 명소에 시비를 세워놓는 등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명사의 인물 선정은 신중해야 한다. 누구나가 인정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데 널리 알려진 역사적인 인물도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지역의 이미지를 격상시키고 자긍심을 고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는 고장이 있는가 하면, 역사적인 업적이 미미한 명사를 크게 부상시킨 고장도 있는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명사의 자리매김이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역의 명사를 내세워 관광 자원화할 때 외부인들의 명사에 대한 인명 도와 지역민의 인물에 대한 존경심이나 자긍심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함에도 최근에 알려진 인물 위주로 내세울 경우, 업적이 많음에도 별로 업적이 없는 인물이 부상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명소에 시비를 건립할 때 지역에 현존하는 문인의 글을 시비로 세워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사의 인물 비중이 미미하고 그 글이 객관적으로 검증이 안 된 문인의 글을 시비로 내세운 것은 역사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 지역의 유명한 문인이 그로 인해 묻혀버리게 된다. 

 

따라서 주관하는 기관이 현재의 인물을 우선하느냐 좋은 글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문인의 인물 선정과 평가는 진행 중이므로 완결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한 자리매김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재의 인기도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요량으로 생존하는 인물의 글을 고장의 시비로 세워놓는 고장은 근시안적인 인물 조명으로 인해 그 지역의 명사들을 조명받지 못하게 막아버려 그 지역의 전통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성급한 관광정책으로 인해 자기 고장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관광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미 시비가 건립된 고장에서 이걸 다시 바로 잡는 일은 시비를 세우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므로 고장 명사의 선정은 공정해야 한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자기 고장의 역사적인 전통의 맥이 끊어지고 있다. 자신을 자기 고장의 명사로 내세우는 철면피한 인사들이 자신의 글을 관광명소에 시비로 세워놓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시비들은 사후 대대로 그 사람의 탐욕을 후손들에게 알리는 꼴이 될 뿐만 아니라 나중에 후손들에게 탐욕스러운 인물로 평가되고, 먼 훗날 철거되는 치욕이 예상되지만, 여러 고장에서 현재 활동하는 향토 문인들이 자신의 글을 공공기관의 기금으로 명소에 이미 설치한 고장도 있고, 이런 무모한 짓을 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관계기관에서는 관광명소를 조성할 때 지역 명사의 글은 문단사적으로 검증받은 문인의 글을 내세워야 공분을 사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살아있을 때 공적비를 세우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선비들은 자신을 내세우는 것을 꺼렸다. 그런데 요즈음 자신을 내세워 남에게 돋보이려는 이기적인 인물들이 많아져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런 인물들의 탐욕에 의해 전통적인 고장의 문화가 단절되고, 엉뚱한 인물의 엉터리 글이 고장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문화 수준까지 비하해 외지 관광객들에게 조롱거리가 된 지역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한 현상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관광명소의 경관을 아름답게 조성하는 과정에서 잘못 선정한 인물의 글을 시비로 세워 시빗거리가 되어버린다면, 그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 문학의 본질을 모르고 글을 쓰겠다고 뛰어든 가짜 문인들이 자신의 존재를 영속적으로 남기는 방편으로 지방마다 시비 건립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이런 부류일수록 작품의 질적 향상이나 내면을 가꾸기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존재를 홍보하려는 저돌적인 허명 의식과 탐욕으로 지역사회의 관광명소를 망쳐놓은 고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역사적인 질곡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친일의 정도, 남북이 갈라진 상황에서 사상적인 문제의 인물을 지역의 관광지를 꾸미는데 환경자원으로 그분들의 글을 시비로 내세울 때 시빗거리가 될 소지가 많다.

 

지역의 인물을 내세울 때 후손들의 영향력에 의해 공정하지 못하게 지역의 명사로 지정하면 두고두고 문젯거리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현재 각 지방에서 활동하는 사회지도층 인물이나 예술단체 임원들에게 지역의 명사를 지정하도록 권한이 주어질 때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은 자신의 글을 시비로 새겨놓아 빈축을 사고 있는 고장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관광지 명소의 환경을 정비하는 관계기관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꼴로 지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공공기관에서 관광명소의 환경조성을 할 때 그 지역 명사의 글을 시비로 내세울 때는 명사 선정 기준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기준과 인물의 평가로 지역 명사를 공정하게 조명해야 불협화음을 막는 길일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4.04.22 09:52 수정 2024.04.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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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