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꽃

이남섭

 

 

 

발레하는 여자

"나는 샌들을 신을 수가 없어"

그녀가 발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엄지발톱 빠진 자리는 뭉그러져 있었다 

뿌리식물처럼 엉클어진 끔찍한 발가락 

3cm의 지름으로 지구를 떠받드는 동안

피고름을 토했을

토슈즈 속에 감춘 말 없는 엄지

 

빨래하는 엄마의 손을 본다

"가벼운 빨래는 그때그때 해야 돼" 

파이고 파인 손등이 고목 등걸이다 

산맥으로 치솟은 핏줄과 핏줄 사이 

패인 골을 들여다보면

80년 고된 삶이 깊고도 깊다 

젖었다 말랐다 거듭한 손등은 

자작나무 껍질처럼 물기가 없다

 

 

[이남섭]

시인

양천문인협회 회원

 

작성 2024.05.10 08:43 수정 2024.05.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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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