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은모든의 ‘안락’에서 보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민병식

은모든(1981 ~ )작가의 본명은 김혜선으로 은모든은 필명이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고 2018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장편 '애주가의 결심'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 장편 '모두 너와 이야기 하고 싶어 해' 등과 소설집 '오프닝 건너뛰기, 짧은 소설집 '선물이 있어', '연작 소설집 '우주의 일곱 조각' 등이 있다.

 

작품은 지금 시대가 아닌 존엄사가 통과되어 가능한 미래시대가 배경이다. 학교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3명의 딸을 길러낸 이금래 할머니는 오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집안일을 도왔고 유년시절 내내 동생들 건사하느라 바빴다. 이제 둘째 딸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여생을 보내는 중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자 둘째 이모와 평생 소원이었던 유럽 여행을 다녀온 할머니는 가족들 앞에서 5년 후 존엄사를 선택하겠다고 발표한다. 이 말을 들은 막내딸 지혜의 엄마는 할머니의 결정을 강하게 반대하지만 손녀인 지경과 지혜는 할머니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해외에 거주 중이던 지경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할머니가 담그신 자두 주를 먹고 싶다며 지혜에게 자두 주 담그는 법을 배워 놓으라고 부탁하고 이에 지혜는 할머니를 찾아가 자두 주 담그는 법을 배우며 할머니의 뜻을 존중하여 안락사 신청에 필요한 절차를 돕는다. 

 

드디어 할머니의 임종 예정일 전날이다. 파티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임종을 맞고 싶다는 할머니의 말에 따라 가족들은 모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즐겁게 대화하고 할머니와 가족들은 지혜가 담궈 놓은 자두 주를 나누어 마시고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오늘날 100세 시대라고 할 정도로 인간의 수명은 늘어났다. 그런데 늘어난 수명이 현실적으로 잘된 것인지 반가운 건지는 모르겠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해 수명이 늘어난 것이지 질병없이 건강하게 장수한다는 뜻은 아니다. 초고령사회의 그늘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금래 할머니인들 오래 오래 살고 싶지 않았을까. 문제는 빈곤과 건강이다. 책 중에서 할머니가 지혜에게 약봉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여든을 넘기고 가게 일에서 물러난 후에는 몸 곳곳에 문제가 생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던 거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자신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사고, 질병 등으로 갑자기 죽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즉, 죽음은 자신의 의지로 행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버둥거린다. 이는 실제로 죽음에 대해 실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웰빙만큼 웰다잉도 중요한데 사는데 급급해서 죽을 준비를 하지 못한다는 거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거다. 인간다운 것이란 일도 사랑도 유희도 열심히 자신의 삶을 후회하지 않도록 가꾸고 인간다움을 지키며 사는 것과 죽을 때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인간답게 죽는 것이다. 더 나이가 들어 죽음에 임박해서는 생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질 수도 있으니 작품 속 수명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살면서 내 마음대로 죽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헤매거나 식물인간 같은 비인간적인 상태로 목숨이 유지된다면 인간답게 죽을 권리는 더욱 필요할 것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5.29 10:22 수정 2024.05.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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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