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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우리 세대의 초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어린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에 대한 토론을 하는데
온갖 무기들이 모두 동원되었다
총 칼 원자폭탄 수소폭탄에
이르기까지 그때 지나가던
중년 신사 한 분이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기가 아니라 망각하는 것’
이라고
그 망각이 요즘 시대에 말하는
치매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어제 부인과 함께 우리 복지센터
사무실을 방문해 급여제공 상담을
했던 83세 할아버지
9세 연하의 부인 설명에 의하면
그 할아버지는 진주 문산이 고향이고
그 당시 진주의 명문 고등학교 출신이고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을 졸업했으며
고위공직 생활을 하고 퇴직했건만
지금은 모든 것을 놓고 말았다고 한다
횡설수설에 동문서답
그 노인의 머릿속은
하얀 도화지처럼 비어 있는 듯 했다
4년째 치매를 앓고 있으니
지친 그 부인이 말하길
이렇게 인생을 지우고 살 바에는
차라리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말에
그 부인과 나의 눈시울은 빨개지고 있었다

[김태식]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온마음재가센터 사회복지사(현)
울산신문 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해양문학상 논픽션 소설 당선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 wavekt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