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다녀온 몽골여행

2부 쳉헤르 온천에서 신비의 마을 호탁 온도로까지

여계봉 선임기자

 

몽골에서 공기 좋고 물 좋은 명소를 찾는다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이 있으니 바로 몽골 중부에 있는 쳉헤르(Tsenkher) 온천이다. ′쳉헤르′는 몽골어로 ′푸른′이라는 뜻이니 ′푸른 온천′인 셈이다. 이곳은 본래 화산이 있던 지역으로, 온천수는 항가이(Khangai) 산맥 중턱에서 뿜어져 나온다. 물이 귀한 내륙국인 몽골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여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쳉헤르 가는 길에 만난 야크 무리

 

쳉헤르 마을 입구에서 쳉헤르(Tsenkher) 온천까지 가려면 오프로드(off-road)의 초원길 20km를 달려야 한다. 우리를 태운 25인승 버스는 이정표도 없는 길을 잘도 찾아간다. 버스는 초원의 구릉 위에서 앞서간 자동차의 두 바퀴 흔적만을 따라서 달린다. 산자락에는 흰점의 게르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검은점과 흰점으로 보이는 양과 염소 떼도 점점 많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초원의 주인인 양과 염소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도 버스 기사는 클랙슨을 울리지 않는다. 차가 천천히 양들에게 접근하자 그제야 귀찮은 듯 일어서서 길을 내준다. 

 

쳉헤르 초원에 보이는 흰점은 양, 검은 점은 염소다.

 

롤링과 피칭이 반복되어 자리에 앉아 있기조차 힘들지만 차창 너머 펼쳐지는 침엽수림의 아름다운 풍경에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쳉헤르 마을 입구에서 거의 1시간 지나자 산으로 둘러싸인 구릉지가 나오고 하얀 게르들이 마치 열을 맞추듯이 모여 있는 온천 캠프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게르 여러 채가 촌락같이 모여 있는 쳉헤르 온천지대에 있는 여러 개의 온천 캠프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온천 리조트의 게르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노천 온천으로 달려간다. 쳉헤르 온천은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유황 온천이다. 풍부한 미네랄과 칼슘, 나트륨, 유황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병, 피부미용에 좋고 당뇨병, 건강 회복, 피로, 소화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쳉헤르 온천 캠프촌

 

쳉헤르의 온천 리조트들은 근처에 있는 온천 수원지에 배관을 연결해서 온천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캠프에서 투숙하면서 자유롭게 온천을 즐길 수 있어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관광 명소다. 녹음이 우거진 숲에 둘러싸인 초원 한가운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저녁까지 노천욕을 즐긴다. 쳉헤르 온천은 특히 여성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하는데 마침 필리핀에서 왔다는 세 명의 여성분들과 같이 혼욕(混浴)을 하는 호사(?)도 누린다. 

 

초원에서 즐기는 노천 온천

 

온천욕을 충분히 즐긴 후 온천 수원지가 있는 근처 산으로 하이킹을 떠난다. 수원지로 이어지는 긴 파이프 라인을 따라 산속 울창한 전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파이프가 낡아 새어 나오는 온천수에 살짝 손을 대었다가 깜짝 놀라 손을 뺀다. 80℃가 넘을 정도로 뜨거운 물이다. 꼬불꼬불 이어진 숲길을 따라가니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온천 수원지로 가는 전나무 숲길

 

수원지 주변에 이르자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어워(ovoo)가 수원지 위에 우뚝 서 있다. 돌무더기는 길다란 나뭇가지를 둘렀고 파란 천인 하닥이 감겨 있다. 귀한 온천수가 솟아나는 곳이니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지니고 소중하게 관리하라는 메시지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우리는 서낭당과 비슷한 어워에 작은 돌을 올리고 이번 몽골여행이 끝까지 무사히 진행되길 기원하면서 어워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세 바퀴 돈다.

 

온천 수원지에 서 있는 어워.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어워 바로 아래에는 땅 위로 온천수의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고 제법 많은 양의 온천수가 땅속에서 콸콸 쏟아져 나온다. 유황을 함유한 온천이어서 살짝 삶은 달걀 냄새도 난다. 여기서 배관을 통해 근처에 있는 여러 곳의 온천 캠프로 온천수를 흘려보내 여행자들은 캠프에서 편안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온천 수원지에 앉아 훈증을 즐긴다.

 

하얀 수증기가 연신 뿜어져 나오는 원천지에 올라서니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 탁 트인 초원 위에 점점이 박힌 하얀 게르, 대평원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 여기가 바로 천상의 화원이다. 

 

수원지 앞의 온천 캠프 앞으로 파이프 라인이 보인다.

 

리조트의 대형 식당에서 먹는 저녁은 양고기 스테이크다. 몽골에서는 귀한 토마토와 야채가 샐러드로 나온다.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몽골인들이 야채를 먹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비닐하우스 야채 재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쳉헤르 온천은 한밤에 별을 보며 즐기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아무 조명도 없는 암흑의 초원 속에서 노천 온천에 몸을 담그고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 온천을 기대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 밤은 날씨가 흐리고 구름이 많아 포기하고 통나무집으로 들어간다. 

 

부지런을 떨어 다음 날 새벽에도 노천욕을 즐긴 후 무릉을 향해 쳉헤르 온천을 출발한다. 전날 비가 내린 탓으로 지반이 약해진 초원길을 위태위태하게 달리다가 결국 버스 바퀴가 웅덩이에 빠지고 만다. 일행이 함께 차를 밀어도 바퀴는 헛돌고 웅덩이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없다. 30여 분 동안 조치했으나 진전이 없다 보니 기사도 당황하는 표정이다. 이것도 몽골여행의 한 부분이려니 하고 사고 상황을 즐기던 우리 일행들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마음이 무거워진다. 마침 반대편에서 오던 트럭이 자신의 일인 양 몇 차례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버스를 견인해주어 감사한 마음에 트럭 기사분에게 소정의 현금을 드린다. 오죽했으면 몽골초원을 달리면서 차량이 고장 나거나 가벼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여행이 심심하고 재미가 없다는 말까지 있을까.

 

몽골초원에서 차량 고장이나 사고는 여행의 한 부분이다.

 

큰 고비를 넘긴 버스는 비가 내리는 대평원의 초원을 무려 5시간을 달려 몽골 중남부에 있는 어기호수에 도착한다. ′어기′는 몽골어로 ′내어주는, 베푸는′ 뜻이라고 한다. 최고 수심 15m, 호수 둘레가 24.7km의 어기호수는 국제습지보호협약(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담수호로 양, 염소, 말, 낙타 등이 목을 축이는 메마른 몽골초원 속의 오아시스 같은 호수다. 홉스골호수보다 물이 따뜻하고 어종이 다양해서 여름철에 수영과 수상스포츠, 낚시를 즐기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어기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몽골 아이들

 

호숫가에 있는 식당 게르 앞에서 양을 잡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하고 잠시 충격에 빠지는데 식당 안에 들어서자 사람보다 큰 대형 늑대 한 마리가 통 채로 걸려 있다. 식당 주인 아들이 호수 근처 숲에서 직접 잡은 늑대라고 한다. 점심으로 양고기 떡갈비가 나왔는데, 식당 주인에게 방금 잡은 양으로 조리했느냐고 물어보니 저녁 식사에 사용할 고기란다. 식사 후 현지 아이들이 수영하고 있는 호숫가를 거닐다가 거친 빗속을 뚫고 지그재그로 초원지대를 지난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구름이 만들어 놓은 구릉 위의 그림자, 그 기기묘묘한 풍경화는 몽골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하늘과 땅이 붙어있는 곳을 통과하면 어김없이 비를 만나는데, 그러면 으레 황홀한 무지개가 하늘을 수놓는다. 볼강 근교에 있는 우리나라 편의점 CU에서 들린 후 밤 11시경에 무릉 근처 호탁 온도르 부근에 있는 캠프에 도착한다. 차량 조난과 강한 비바람의 초원길을 뚫고 500km를 15시간이나 달려 몽골의 극한 오지를 온몸으로 체험한 날이어서 통나무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차창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수면에 빠져든다.

 

아침에 일어나자 어제 보지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캠프의 야생화 초원 너머 산자락에 하얀 운무가 걸쳐 있다. 아스라이 먼 듯한 능선에는 신기루처럼 또 다른 능선이 겹쳐져 피안의 세상인 양 손짓하는 멋진 풍경화를 연출한다. 

 

 호탁 온도르 부근의 통나무 캠프 전경 

 

숙소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계곡으로 내려서자 짧은 순간이지만 강렬하고 몽환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바로 몽골 현지인만 안다는 신비의 마을 호탁 온도르의 약수터다. 이른 아침인데도 약수터 부근에는 캠프를 치며 며칠 동안 약수를 체험한다는 몽골 현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 김포에서 몇 년 동안 일을 했다는 커다란 물통을 든 몽골 아저씨를 만나 약수터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이곳의 약수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고인 샘물이 아니고 흘러가는 계곡물이다. 세 군데 약수터의 물이 몸에 좋은 부위가 각각 다르다고 해서 세 곳의 약수터를 일일이 들러 약수를 마셔본다. 분위기가 영험한 이 계곡에 며칠 머물면 만병통치의 효험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약수를 마시고 원기를 회복한 듯 모두 밝은 표정이다.

 

청정한 몽골 자연의 기운이 그대로 몸으로 들어온 듯해서 며칠 동안의 여독이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다. 비는 그치고 파란 하늘과 맑은 햇살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지나서 세상의 모든 푸른빛을 품은 바다 같은 호수가 있는 홉스골을 향해 힘차게 출발한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4.06.28 13:33 수정 2024.06.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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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