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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벗이 찾아와 (103)
낮게 나는 독수리의 날갯짓에
하나둘 별들이 깨어나고 있을 때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다정한 벗이
바람처럼 찾아와 함께 밤을 보냈다네
사랑도 필요 없고 행복도 부질없다며
떠돌이가 되어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고독이라는 이름의 조미료에 중독된 벗은
무디고 무딘 세월을 다 보내고 말았다네
침묵도 언어라는 말을 우리는 이해하며
막걸릿잔에 코를 박고 소년처럼 웃었지
여름밤은 더디 가고 새벽은 쉬이 찾아오는데
우리는 술에 취해 세상도 잊고 시간도 잊었지
생각해 보니 잊기 위해 산다는 건 진리더군
우리를 불확실하게 하는 매력적인 시간과
얼마나 더 뒹굴고 놀면 흙밥이 될 수 있을지
다정한 벗과 나는 정답 없는 질문만 퍼부었다네
옅은 미소를 띤 도명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몇 해 전 일이 마치 오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 신기했다.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도명의 얼굴은 점점 환해지고 흰소는 그런 도명을 지긋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의 우정이 자연성을 잃지 않는다면
그대의 우정이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면
그대의 우정이 고귀함을 잃지 않는다면
나약할 때 증오를 느끼지 않을 것이며
고독할 때 절망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용서할 때 분노를 느끼지 않을 것이네
우정은 위대한 이성 위에 피는 꽃이라오
누군가를 위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갈 때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생명의 에너지가
그대 안에서 바람처럼 춤을 출 것이라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