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타이타닉

최민

“약속해 줘요. 꼭 살아남겠다고”

 

비극은 사랑을 완성한다. 사랑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대서사다. 사랑은 순수도 있지만 욕망도 있다. 그렇다. 사랑은 천국에 한발 걸치고 또 한발은 지옥에 걸치는 아슬아슬한 곡예다. 그래서 위대하고 그래서 고통이다. 죽음이라는 절망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진실할 수 있을까. 그 진실의 힘으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백 년 넘게 사랑의 화신이 된 ‘타이타닉’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타이타닉은 영국 화이트 스타 라인이 만든 세계 최대 여객선이었다. 1912년 4월 15일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가고 있었다. 배에는 1,317명의 승객과 891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었다. 억만장자, 귀족, 세계 유명 인사,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 돈 벌러 가는 노동자들이 저마다 꿈을 안고 배에 올랐다. 항해는 며칠 동안 순조로웠다. 그렇게 잘 항해하다가 4월 14일 오후 11시 40분 빙하와 충돌하고 말았다. 비극의 시작이었고 사랑의 완성이었으며 백 년 후 위대한 영화 콘텐츠가 생성되는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청년 디카프리오는 ‘타이타닉’으로 단번에 사랑의 화신이 되었다. 티카프리오를 흠모했던 여성들은 타이타닉에 홀린 듯 극장으로 달려갔다. 선상에서 펼쳐지는 강렬하고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에 눈물 콧물 다 쏟았다. 광활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지만 사랑을 완성하는 위대한 존재이기에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릿의 연기에 몰입했다.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세기의 로맨스에 열광하며 주제가인 ‘My Heart Will Go On’ 불러댔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이런 사랑 한 번 하고 죽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으려 친구들과 깔깔거리곤 했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떠돌이 화가 ‘잭’은 우연한 기회로 타이타닉을 타게 된다. 몰락한 귀족 가문의 딸 ‘로즈’도 어머니의 강요로 결혼식이 열리는 미국으로 가기 위해 약혼자 ‘칼’과 같이 타이타닉을 타게 된다. 사랑하지도 않은 사람과 결혼하게 된 로즈는 절망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그때 떠돌이 화가 잭이 로즈를 설득해 자살을 막고 겨우 살려낸다. 로즈는 자유분방한 잭에게 한눈에 반해 미국에 도착하면 같이 살자고 약속한다. 진실한 사랑을 꿈꾸던 로즈는 생에 처음 황홀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둘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이 두 사람은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며 밀회를 즐긴다. 그리고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잭과 함께 도망갈 것을 약속한다.

 

잭과 로즈에 대한 사실을 알아낸 로즈의 약혼자 칼은 분노가 폭발해 잭을 보석 목걸이를 훔쳤다고 누명을 씌워 보안관실에 감금한다. 그 와중에 타이타닉호가 빙하와 충돌하게 되고 지하 객실에 감금된 잭의 방에도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로즈는 어머니와 약혼자 칼의 비열함에 환멸을 느껴 구명정의 승선을 거부하고 갇힌 잭을 구하러 달려간다. 잭과 로즈는 가까스로 열쇠를 주워서 객실을 빠져나온다. 잭과 로즈는 배 맨 끝 난간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배 끝에 매달리다 바닷속으로 떨어진다. 

 

잭은 물 위에 뜬 타이타닉호 잔해를 찾아 로즈를 그 위로 올려주고 자신은 하체는 바다에 담근 채로 상반신만 매달려 있으면서도 가벼운 농담을 하며 로즈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잭은 말이 없어졌다. 로즈는 잭에게 구조대가 왔다고 알리지만 잭은 이미 숨진 것을 확인하고 자신도 잭의 뒤를 따르려고 하지만 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옆에 사망한 채 떠 있던 수석 항해사 와일드의 시체에서 호루라기를 빼내서 있는 힘껏 불어 구조된다.

 

비극적인 타이타닉이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사에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 영화, 뮤지컬, 문학, 드라마, 다큐멘터리, 과학, 학문까지 다양한 주제를 생산해 내며 백 년 넘게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당시 세계 패권국인 대영제국에서 만든 선박이었고 승선객들도 대부분 영국인과 미국인이었다, 1912년 당시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고 미국은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부자나라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기술로 초호화 객실을 갖춘 거대한 타이타닉호가 해상사고를 당했으니 세계의 관심과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랑은 자유분방이다. 사랑은 무모함이며 사랑은 계산하지 않는다. 잭과 로즈가 배 선미에서 두 손을 벌리고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상상을 하는 장면은 아름답다 못해 처절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잭과 로즈처럼 연인과 두 팔을 벌려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유행했다. 타이타닉 영화가 탄생시킨 새로운 사랑 방식은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갔고 잭과 로즈의 대화는 연인들의 가슴에 영원한 히어로가 되었다.

 

“로즈 날 믿나요?”

“네 믿어요”

“이제 눈을 떠요”

“날고 있어요. 잭”

 

 

[최민]

까칠하지만 따뜻한 휴머니스트로 

영화를 통해 청춘을 위로받으면서

이제 막 한 걸음을 뗀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플로리스트로 꽃 속에 살다가

밥벌이로 말단 공무원이 되었다. 

이메일 : minchoe293@gmail.com

 

작성 2024.08.02 10:31 수정 2024.08.02 10:3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