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희의 인간로드] 세계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

전명희

나는 이천 이천삼백오십오 년 전 인간 ‘알렉산더’다. 끝없이 펼쳐진 너른 들판과 저 멀리 푸른 봉우리를 이고 앉은 산들이 위용을 품어내는 그리스 북쪽 펠라에서 마케도니아 왕국의 열여덟 번째 왕인 아버지 필리포스와 에피로스의 네오프톨레모스 1세의 딸인 어머니 올림피아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여덟 명의 아내가 있었는데 나의 어머니 올림피아스는 네 번째 아내였다. 아버지 필리포스와 어머니 올림피아스가 결혼한 첫날 밤 벼락이 어머니의 배를 관통하는 꿈을 꾸었다고 하며 결혼식 며칠 뒤에는 아버지가 어머니 배에 사자가 있는 걸 보고 구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아버지 필리포스는 내가 태어난 날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날 용감한 무장 파르메니온이 일리리아와 파이오니아 왕국의 연합군을 무찔렀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의 말은 올림픽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한다. 나는 어릴 때 무장 클레이토스의 누나인 라니케가 키워주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서는 어머니의 친척인 에피로스의 레오니다스와 아카르나니아의 리시마코스에게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어머니는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는 교육을 강력하게 주입했다. 나는 어머니의 교육을 진지하고 숭고하게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마케도니아 왕족의 교육방식에 따라 책 읽기, 말타기, 사냥하기, 악기 연주하기, 싸움하기 등 철저한 전통 교육을 받았다.

 

내가 열 살이 되던 해였다. 테살리아의 상인이 아버지에게 말 한 마리를 가져왔는데 말은 어찌나 사나운지 아무도 태우지 않고 난동을 부렸다. 아버지는 당장 말을 치워버리라고 명령했다. 나는 말이 내 그림자를 무서워해서 날뛴다고 생각해 내가 말을 길들이겠노라고 아버지에게 강력하게 간청했다. 아버지는 나를 찬찬히 바라보더니 나의 간청을 허락해 주셨다. 나는 말에게 다가가 진정시킨 후 말에 올라타고 질주했다. 아버지는 나의 이런 행동을 보고 두려움이 없는 매우 용감한 아이라며 매우 기뻐해 주셨다. 

 

“아들아, 너의 그릇에 맞는 왕국을 만들어라. 마케도니아는 너에게 너무 작은 그릇이다.” 

 

아버지는 말을 나에게 주며 큰 왕국의 왕이 될 거라는 예언을 하셨다. 나는 말에게 ‘황소머리’뜻을 지닌 ‘부케팔로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내가 13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나를 위해 명망 있고 훌륭한 선생님을 찾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이소크라테스나 세페우시포스 같은 뛰어난 학자들을 후보에 올려놨으나 결국 플라톤의 제자이며 대학자인 아버지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를 최종 낙점했다. 아버지는 미에자에 있는 님프의 신전을 교실로 제공하고 나를 가르치는 대가로 아버지가 파괴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 스타게이라를 다시 건설해 주겠노라고 했다. 노예가 되어 천하게 살던 그곳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고 추방자들에게 용서를 베풀어 스타게이라가 활기찬 도시가 되도록 했다. 

 

나는 신전에서 동문수학한 프톨레마이오스, 헤파이스티온, 카산드로스와 같은 귀족 친구들과 인맥을 쌓으며 우정을 탄탄하게 다져 나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와 철학, 문학, 정치학, 자연과학, 의학 등을 심도 있게 교육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전술과 행정 등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일을 배웠다. 아버지는 비잔티움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전쟁에 나가자,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트라키아가 반란을 일으켰다. 나는 아버지를 대신해 반란을 제압하고 트라키아 일당을 쫓아냈다. 그리고 그리스를 식민지화시키고 알렉산드로폴리스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여름이 왔다. 공주인 클레오파트라와 어머니의 오빠 알렉산드로스 결혼식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즐거운 결혼식장에서 아버지의 경호대장 파우사니아스에게 아버지가 암살당하고 말았다. 파우사니아스가 아버지를 암살하고 도망가던 중에 덩굴에 걸려 넘어졌다. 나는 그 틈을 타 파우사니아스를 죽였다. 이 일로 나는 귀족과 군대의 지지를 받아 스무 살에 마케도니아의 왕으로 추대되었다. 나는 도시의 대표자 회의를 걸쳐 아버지와 같이 헬라스 연맹의 맹주로 뽑혔다. 그 무렵 마케도니아 북방에 만족(蠻族)이 쳐들어와 직접 전쟁이 나갔는데 그 싸움에서 내가 전사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그러자 그리스가 동요하고 테베가 반란을 일으켰지만 나는 즉시 테베를 토벌하고 시민들을 노예로 팔아버렸다. 

 

나는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면서 통치를 시작했다. 사촌 형 아민타스 4세를 제거하고 두 명의 왕자를 처형했다. 클레오파트라의 삼촌인 아탈루스도 처형하고 헬라스 연맹군을 이끌고 페르시아 원정을 나가 리루스와 가자를 점령했다. 그리고 시리아와 페니키아를 정복한 다음 이집트를 공략해 나일강 하구에 내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시(市)를 건설했다. 그리고 다시 군대를 돌려 메소포타미아로 가서 페르시아군과 싸워 대승을 거두었다. 나는 계속해서 바빌론, 수사, 페르세폴리스, 엑바타나 등 여러 도시를 장악해 나갔고 다시 동쪽으로 원정을 가 이란과 인도까지 정복하려고 했다. 그러나 열병이 돌고 장마가 계속되어 하는 수 없이 군대를 돌려 페르세폴리스로 되돌아왔다.

 

나는 결혼을 세 번 했다. 박트리아 귀족 옥시라테스의 딸 록사네와 사랑에 빠졌고 페르시아 다리우스의 공주 스타테이라 2세와 아르타적시스 3세의 딸인 파리사티스 2세와는 정치적 계산으로 결혼했다. 나는 정식으로 두 아들을 두었다. 나는 내가 신이라는 걸 믿었다. 신이 되고 싶었고 그 열망으로 신이 되었다고 믿었다. 나의 어머니 올림피아도 내가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주장했고 시와에 아문에서 나에게 신탁을 내렸기 때문에 나는 제우스와 아문의 아들이며 신이라는 걸 확신했다. 

 

나는 절제와 청렴으로 살아왔다. 예술과 과학, 문학 의학까지 모두 섭렵했으며 이상과 명예와 영광을 추구했다. 나는 전 세계를 정복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내가 정복한 땅에 알렉산드리아라는 이름의 도시를 70개나 건설했다. 나는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시켜 헬레니즘 문화를 만들었다. 나는 세계의 끝을 보고 싶었다. 나는 해군 제독과 밤새워 술을 마시며 놀았다. 그다음 날은 메디우스와 또 술을 마셨는데 자고 나니 고열이 났다. 나는 열하루 동안 앓아누웠다. 그렇게 고통에 시달리다 33세의 젊은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 

 

“두려움을 정복한 자는 세상도 정복할 수 있다”

 

 

[전명희]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그만두고

‘밖철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몰두했지만

철학 없는 철학이 진정한 철학임을 깨달아

자유로운 떠돌이 여행자가 된 무소유이스트

이메일 jmh1016@yahoo.com

 

작성 2024.08.05 11:12 수정 2024.08.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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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