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자는 복이 있다. 참음의 정도가 인격의 척도일까?
지인이 오래전(1999) 가시오가피 묘목을 심었다. 얼마 뒤, 묘목 장사꾼한테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때는 이미 늦어 사기꾼의 흔적을 찾을 길이 없었다. 사기꾼은 마을 농민들에게 “삼 년 뒤부터 수확량 전부를 중간 마진 없이 사 주겠다.”라고 꼬드기며 계약서까지 써 주는 치밀함을 보였다. 꿈에 부푼 농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노는 땅에 심었다.
두 해가 지나서야 가시오가피가 아니고 오가피임을 알아차렸다. 약용식물을 잘 모르면, 묘목으로는 분간하기 어렵다.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알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가시가 돋지 않자 가지를 잘라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오가피였다.
마을 농민들은 사기꾼을 찾아갔으나 이미 사무실을 폐쇄하고 도주한 뒤였다. 전문 사기꾼이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수백 그루씩 심은 노인들은 화가 나서 오가피나무를 뽑아 버리기도 했다. 마음을 비운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는 없었던 일로 생각하고 태평스럽게 내버려 두었다. 오가피는 나무라서 저절로 자라기 마련이다.
잊고 지내고 있던 차에 약재상에서 연락이 왔다. 오가피 열매와 가지를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농민을 대상으로 전문 사기꾼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현금 오백만 원을 받고서야 팔아넘겼다. 이백만 원을 투자하여 삼 년 뒤 오백만 원을 벌었으니 농민으로서는 큰돈이다. 없던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횡재한 셈이다.
그는 평소 성격이 태평스럽다. 역시 참는 자에게 복이 굴러온다. 매년 수확량이 늘어난단다.
참고 볼 일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