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조직 사회에는 이를 이끄는 지도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도자의 능력, 즉 지도력(리더십)에 따라 국가나 한 조직의 흥망성쇠가 좌우되기 때문에 지도자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조선 시대의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과 같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 위대한 리더십을 발휘한 지도자도 있었지만, 연산군이나 광해군 같이 폭정을 일삼다 비참한 말로를 맞은 군주도 있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사리사욕을 버리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 바쳐 헌신한 위대한 지도력을 가진 지도자를 갖지 못한 채 ‘참’ 지도자 부재의 시대를 살아왔다. 물론 지긋지긋한 가난과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경제를 부흥시킨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IMF로 부도난 국가를 살린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있긴 있었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 모두 끝은 비참하거나 아름답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엄존하고 헌법상 입법, 사법, 행정 등 삼권 분립이 되어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들은 분립 대신 한 덩어리로 서로 뒤엉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어 안타깝다. 정치 경력이 일천한 지도자 주위에는 능력 있고 유능한 사람들보다는 지도자에게 무조건 충성하고 아첨하는 간신배들만 하루살이처럼 꼬여 들기 마련이다.
이들의 머리에서 좋은 정책이나 아이디어가 나올 리 만무하다. 때문에 “정쟁은 있지만, 정치는 없고, 정치꾼은 있지만, 정치인은 없다.”라는 말이 세간에 회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 정치판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이 아수라장이다. 속절없이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늘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지역을 대표하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모인 대한민국 국회를 보자. 어느 날 여야 사이의 불필요한 싸움을 자제하고 국회 본연의 역할을 하겠다며 그들 스스로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국민을 대표하여 입법하고 국정을 논하는 곳이라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창피하고 부끄러운 곳이다. 협치와 타협의 정치는 온데간데없고 야당은 수적 ‘우세’를 무기로 고장 난 기관차처럼 무한 폭주를 일삼고 수적 ‘열세’인 여당은 속수무책 비난 성명만 남발하며 손 놓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조금 나아졌다지만, 회의 중 고성은 기본이고 주먹질, 멱살잡이마저 비일비재한 무법지대가 되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한국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이 뉴질랜드의 와이셔츠 판촉용 TV 광고에 방영되어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국가 조직의 한 축인 국회의 실상이 이러하니 다른 조직이나 기관은 더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람에게는 다 자기 자신에 걸맞은 크기의 그릇이 있는 법이다. 따라서 주어진 자기 그릇의 크기대로 살아야 순리다. 그러나 그 그릇이 너무 크거나 제 그릇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고 들어앉아 지도자 행세를 할 때 결국 그 국가나 조직은 고통을 당하거나 와해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불행하게도 이 같은 사실들을 밤낮으로 목격하고 있다.
미국의 짐 론(Jim Rohn)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강해지되 무례하지 않아야 하고, 친절하되 약하지 않아야 하며, 담대하되 남을 괴롭히지 않고, 유머를 갖되 어리석지 않아야 한다.”라고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제시했다. 참으로 어려운 조건들이다. 그래서 지도자를 자처하는 소인배들은 여기저기 차고 넘쳐나지만, 진정한 지도력을 갖춘 ‘참’ 지도자는 쉽게 접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맹자(孟子) 역시 “백성을 보호해서 왕 노릇한다면 아무도 그것을 막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나라는 비록 강성했으나 건국하고 1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수(隋)나라는 매우 부유했지만, 양제(煬帝)가 등극하고 30여 년 만에 망하고 말았다. 이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왕으로서 ‘백성을 보호하는 정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쯤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며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고 보호해 줄 ‘참’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과 같은 ‘참’지도자가 그리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