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비룡(飛龍)을 위하여

고석근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다. 

 

- 에피쿠로스

 

 

100억을 가졌다는 그가 말했다. 

 

“동창회에 나갔더니 1000억 가진 친구가 왔어요. 갑자기 쫄게 되더라고요.”

 

남과 비교하는 삶은 지친다. 그러다가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 가진 것을 지키는 데도 상당한 에너지가 드니까.

 

주역의 첫 번째 괘는 중천건(重天乾)이다. 건(하늘, 天☰)이 두 개 겹친 괘다. 양(陽)이 여섯 개다.

 

양은 하늘로 솟아오르는 힘이다. 한 인간의 성장에 관한 괘다. 주역은 용(龍)에 비유하고 있다. 인간은 자궁(물)에서 태어나 뭍으로 나오고 계속 하늘을 향해 오르려 한다. 중천건 괘는 인간의 성장을 여섯 단계로 설명한다.

 

‘육룡이 나르샤’다. 잠룡(潛龍)이 비룡(飛龍)이 된다. 다섯 번째 양이 비룡이다. 하늘을 날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을 벌기로 한 사람은 100억이면 성공한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1000억을 가진 사람을 보면, 쫄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니, 100억 정도 가진 사람은 너무나 많다. 더 오르자! 주역은 경고한다. 여섯 번째 양은 ‘항용유회(亢龍有悔)’다. 항용(亢龍)은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고 말한다.

 

정상에 오른 사람은 이제 내려와야 한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달이 차면 기울어지고 활짝 핀 꽃은 시들게 되어 있다. 나이 50은 지천명(知天命)이다. 천명,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다. 사람은 누구나 50이 되면, 비룡이 될 것이다. 아니, 모든 인간은 처음부터 비룡일 것이다. 

 

인간은 각자 자신의 왕국을 갖고 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나누는 것은 크게 보면, 망상일 것이다. 태양은 태양으로 살아가고, 달은 달로 살아간다. 산은 산으로 살고, 다람쥐는 다람쥐로 살아간다.

 

누가 더 잘났다고 할 수 있을까? 원시인들 사회는 모두 고귀한 존재였다. 그러다 문명사회가 되면서 인간은 계급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현대사회는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돈으로 사람을 가르려 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게 한다. 인품도, 사랑도, 예술 작품도 돈이 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게 된다. 이런 사회에 살다 보면, 다들 비룡의 삶을 누리지 못하고 항룡이 되려 몸부림치다 추락하게 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헬레니즘 시대의 철인, 에피쿠로스는 아타락시아(마음의 평정)를 최고의 쾌락으로 보았다. 그는 빵 한 조각과 물 한잔으로 최고의 행복 속에서 살다 갔다고 한다. 멋진 비룡이다. 

 

사실 마음 편한 게 최고 아닌가? 우리는 너무나 평범한 이 진리를 가진 것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지금 우리 시대는 두 개의 큰 흐름이 작용하는 것 같다. 돈이 최고야! 오로지 돈을 향해 쫓아가는 삶, 또 하나는 마음 편한 게 최고야!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  

 

두 흐름이 언젠가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것이다. 그때까지 많은 사람이 항룡이 되고 추락해야 할 것이다.

 

 

 얼굴이 예뻐도 

 삶이 지루할까? 

 돈이 많아도 

 삶이 지루할까? 

 

 - 황인숙, <다른 삶> 부분  

 

 

현대인은 지루하다. 비룡의 삶을 누리지 못해서 그렇다. 장자처럼 꿈에 나비가 되지 못해서 그렇다. 인간은 다 용이라 땅에서 빡빡 기어가는 삶을 견디지 못한다. 미모와 돈은 아무리 근사해도 결국 지상의 양식이다.

 

인간은 결국 ‘다른 삶’을 찾게 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8.15 11:10 수정 2024.08.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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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