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성평등(性平等)

고석근

  화장실 바닥에

 거울 놓고

 양다리 활짝 열었다.

 

 선분홍

 꽃잎 한 점 보았다.

 

 - 진수미, <바기날 플라워> 부분  

 

 

오래된 백일 사진이나 돌 사진을 보면, 남자아이들은 발가벗은 채 양다리 활짝 열었다. 여자아이들은 꽁꽁 싸맸다. 그들은 한평생 그렇게 살아간다. 남자는 지휘봉을 휘두르며, 긴 가죽 구두를 신고 당당하게 걷는다. 여자는 두 손 모아 움츠리고.

 

시인은 꼭꼭 숨겨온 자신의 몸을 본다. ‘선분홍/ 꽃잎 한 점’ 본다. 이제 시인은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남녀평등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남녀평등 의식은 갖고 있을까? 심층 심리학자 칼 융은 말했다. 

 

“영혼은 그 짝을 찾지 않고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 그런데 그 짝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들의 내면에 ‘서로의 이성(異性)’을 고이 간직하고 있을까? 이 세상은 인간이 홀로 살아갈 수 있다고 자꾸만 부추긴다. 혼술, 혼밥… 하지만, 인간은 ‘양성(兩性)적 인간’이 되어야 ‘온전한 인간’이 된다.

 

남녀가 사랑하는 것은, 서로의 내면에 있는 ‘아니마(내면의 여성), 아니무스(내면의 남성)’를 깨우는 수도(修道)의 과정이다.  

 

남녀가 평등하게 만나지 못하면, 인간은 끝내 평온을 찾지 못한다. 한평생 방황하게 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8.29 10:41 수정 2024.08.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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