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봉의 생태시 읽기] 청포도





청포도

 


 

정밀한 과수원 너는 모른다 한다

 

인간이 떠난 과수원

가 갔다

산비둘기 갔다

빗방울이 갔다

 

벌레 먹은 청포도도 갔다

 

청와* 선생님!

청포도는 우주일까요 생명일까요

 

우주는 영원

 

찔레나무 덤불 사라져가고

벌레들의 집중

 

힘겹게 버티던 붉은가슴울새 죽어가고 있었다

 

 

*청와 : 무중력 시를 발굴하신 양준호 시인의 호

 

 

 

     

[시작 노트]  

청와 선생님! 작물에게 농약은 독일까요 시일까요. 아니면 우주일까요 양심일까요. 유기농 포도농사 지으며 농약 통을 들었다 놨다 수백 번, 벌레, 곰팡이와 씨름하느라 포도는 절망, 죽은 나무를 눈물로 잘라야 했습니다. 농약 한통이면 말끔히 해결할 일을.


그 과수원이 없어졌습니다. 잘된 일이지요. 나무들에게는 너무 잘된 일이지요. 비명소리가 자장가로 들리던 포도나무가 있던 자리, 시와 노래가 있던 자리, 그 자리에 인간들의 집이 높이 서 있고벌레들은 다 어디 갔을까요. 우주는 어디 있을까요. 시는 어디 갔을까요. 찔레나무덤불에 가지를 얹고 힘겹게 버티던 마지막 남은 포도나무, 오늘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류기봉 시인]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8.17 10:27 수정 2019.08.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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