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배고픈 참새의 비상

신기용

“사람은 먹을 복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 말을 어릴 적부터 자주 들었다. 누구나 열심히 살다 보면 적어도 먹을 것은 생긴다는 말이다. 

 

파랑새를 찾고자 온 세상을 누비고 다녀 봐도 결국에는 내 마음속에 들어앉아 있다. 성실히 살다 보면 그 파랑새가 행복의 나래를 파닥이며 가벼이 날아오를 것이다. 

 

배고픈 참새도 혹독한 겨울나기를 하고 나면 모이 걱정을 하지 않듯 우리 인간도 시련을 슬기롭게 넘기고 나면 먹고사는 문제는 풀리기 마련이다.

 

참새는 늘 시끄럽다.

참새는 어디를 가나 짹짹거리며 요란을 떤다. 참새 지저귐을 들으며 오래전 발표한 자작 동심시 한 편을 낭송해 볼 때면 정답기도 하다. 

 

이슬 한 모금 물고

학교 가자고 

종알종알

 

등굣길 인사하며 

반갑다고 

쫑알쫑알 

 

교실 창가에 모여 앉아 

글 읽는다고 종알종알 

 

온종일 쫑알거리는 참새 학생

 

아침에도 참새의 짹짹거림을 들으며 낭송해 보았다.

참새가 힘겨운 겨울나기를 한 뒤 봄이 오면 더 시끄럽게 군다. 참새는 떼를 지어 비상한다. 

배고픈 참새의 비상!

 

봄에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참새 떼의 비상은 역동적이다. 배를 주리며 혹독한 추위를 견뎌 내고 힘찬 생의 도약을 한다.

겨울나기에 성공한 참새 떼는 배가 고프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이리저리 떼를 지어 날아다닌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듯 씨를 뿌려 놓은 밭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배고픈 참새 떼는 본능적으로 밭에 뿌려 놓은 씨앗을 쪼아 먹는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때로는 농부의 눈치를 보며 날아들었다가 순식간에 도망가기도 한다. 

 

농부가 씨앗을 뿌릴 때 참새 떼가 날아들면 성가시기 마련이다. 참새 떼가 날아들면 쫓아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래도 태연히 쪼아 먹으면 얼마나 쪼아 먹겠냐며 자연의 순리에 맡겨 두는 마음 넉넉한 농부도 있다. 

 

괭이질하며 밭일하는 농부는 허리 한번 펴기 어렵다. 허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밭일한다. 농부는 밭일을 다 하고 물가에서 괭이를 씻을 때 허리를 편다. 밭일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순간이다. 그때 허리에서 뚜두둑 뼈 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 뼈 소리가 가족들의 가슴에 아프게 파고든다. 

 

참새가 모이를 찾아 내려앉거나 농부의 눈치를 보며 달아나는 행동은 생존 본능이다. 비록 본능이라지만 때론 눈치 없는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이성적이다. 그러함에도 눈치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눈칫밥을 먹어 봤든 그렇지 않든 사람은 눈치가 있어야 한다. 대체로 눈치 없는 사람이 염치가 없다는 평을 듣는다. 역으로 말하면 눈치가 있어야 염치 있는 멋진 참다운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모름지기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참새는 이름 그대로 ‘진짜 새’이다. 그렇다면 다른 새는 ‘가짜 새’일까?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4.10.30 10:07 수정 2024.10.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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