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산 칼럼] 얼굴은 마음의 거울

가재산

프랑스의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요, 얼굴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는 얼굴이 내면세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지를 잘 표현한다. 얼굴은 단순히 신체의 한 부분이 아니라, 기쁨, 슬픔, 분노, 사랑, 미움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거울이다.

 

얼굴은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눈망울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고, 눈가의 주름은 웃음 지었던 순간들의 기록이며, 이마의 흔적은 고민하고 성장해 온 증거다. 입가의 선은 말하고 노래하고 사랑을 나누었던 시간들의 흔적이다. 얼굴은 내면의 상태를 세상에 보여주는 창문과도 같다.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신입사원을 뽑을 때 매번 빠지지 않고 관상 면접을 본 것으로 유명하다. 얼굴에 그 사람의 삶과 이력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50여 년 전 내가 입사할 때도 면접 시 이 회장은 면접자에게 한마디도 질문은 하지 않고 맨 뒤 좌석에서 면접자의 얼굴 표정만 체크하고 '갑을병(甲乙丙)'으로 평가했다. 그 당시 삼성은 학벌이나 똑똑한 사람보다는 품성이 정직한 사람을 뽑았는데 얼굴만 보고도 사람을 판단하려 했다.

 

회사에서 나는 20여 년간 인사부서장으로 근무하며 많은 면접을 진행하고 참여했다. 직장을 떠난 후에도 면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사람의 인상만 봐도 어느 정도 판단이 서게 되었다. 관상을 연구하거나 공부한 적은 없지만 경험을 통해 인상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 유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만 보고도 성격을 읽어내는 안목이 생기다 보니 가끔은 지레판단으로 오해를 살 때도 있다.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얼굴을 밝게 만든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면 그 기쁨이 눈빛에 반짝임을 더해 준다. 다른 이를 향한 따뜻한 마음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만들어내며,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열정은 얼굴의 표정을 생동감 있게 한다. 반면에 부정적인 생각은 얼굴을 어둡게 만든다. 분노와 미움은 눈썹을 찌푸리게 하고 입매를 굳게 하며, 걱정과 불안은 이마에 깊은 주름을 새긴다. 화를 참지 못하는 마음은 미간에 ‘내천(川)자’를 남긴다.

 

따라서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 테레사 수녀나 오드리 헵번의 얼굴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테레사 수녀는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았고, 그녀의 얼굴은 항상 미소와 따뜻한 눈빛으로 가득했다. 배우로서의 유명세를 떠나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오랫동안 활동한 오드리 헵번의 얼굴 역시 웃음과 사랑이 가득해,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링컨은 '40세 이후의 얼굴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40세가 넘으면 자신의 선택과 생활 방식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겉모습뿐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가 얼굴에 나타난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한 생활 습관과 자기 관리가 더욱 중요해짐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의 얼굴이 이토록 풍부한 표현의 도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의 얼굴은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의 얼굴은 5억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다. 특히 인간의 얼굴은 다른 동물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특별하다. 사람은 21종의 얼굴 근육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떤 생명체보다도 풍부한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종종 거울을 보며 외모에 대해 걱정한다. 늘어나는 깊은 주름과 흰머리를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이마의 주름과 흰머리는 살아온 증거이자,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약속이기도 하다. 얼굴에 새겨진 흔적은 열심히 살아냈다는 증거다. 그 흔적들 속에 담긴 지혜와 경험, 사랑과 고난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살아가는 삶의 비결일 것이다.

 

언어 전문가들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70%가 비언어적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즉, 우리가 말하는 내용 못지않게 표정, 몸짓, 눈빛 등이 중요한 의사소통의 도구다. 말을 하지 않더라도 표정만으로 그 사람의 의도나 마음 상태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그래서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표정만으로도 엄마와 대화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때로 말보다 눈빛 교환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하기도 한다. 상대방과 적절한 눈 맞춤을 유지하는 것은 신뢰와 관심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얼굴은 우리의 삶과 생각, 감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동시에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를 결정짓는 요소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얼굴을 갖기 위해서는 마음을 새롭게 가질 필요가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타인을 배려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그 방법이다. 오늘 하루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얼굴은 조금씩 변화해 간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 얼굴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소통한다. 따뜻한 미소 한 번으로 누군가의 하루를 밝게 만들 수 있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 얼굴은 그저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자, 사랑을 나누는 매개체다. 매일매일 결정하는 선택이 곧 자기의 삶이요, 얼굴이 아닐까.  

 

 

[가재산]

한류경영연구원 원장

한국디지털문인협회 부회장

미얀마 빛과 나눔 장학협회 회장

저서 : 『한국형 팀제』, 『삼성이 강한 진짜 이유』

『10년 후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 『아름다운 뒤태』

이메일 jska032852@gmail.com

 

작성 2024.12.05 10:49 수정 2024.12.05 11:1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2일
2025년 4월 12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