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성과 폭력

고석근

 그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들어왔을 때 

 이 고귀한 분들께서는 모두 안에 있었다 

 그들은 술을 퍼마시다가 그녀에게 침을 뱉기 시작했다 

 이제 막 강에서 올라온 그녀는 도대체 영문을 몰랐다 

 

 - 파블로 네루다, <인어와 술꾼들의 우화> 

 

 

전래 동화 ‘견우와 직녀’에서,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자 견우는 소를 기르지 않고, 직녀는 베를 짜지 않게 된다. 사랑은 너무나 즐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화가 난 옥황상제가 그들을 은하수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놓아 1년에 한 번만 만나게 했다.

 

일을 많이 해야 하는 문명사회에서는 ‘성과 사랑’이 엄격한 금지가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녀가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점점 많아진다. 꽃다운 나이에 일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30, 40이 되어서야 사랑할 기회가 주어진다.

 

남녀가 성이 왕성한 나이에 사랑하지 않고 일할 준비만 하면, 심성(心性)이 어떻게 될까? 인간은 타고난 본성(本性)대로 살아가지 않으면, 여러 정신적 질환이 오게 되고, 기(氣)의 흐름이 왜곡되어 여기저기 몸이 아프게 된다.

 

몇 년 전에 ‘N번방 사건’이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가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성의 에너지가 사랑의 에너지로 승화하는 게 아니라, ‘사디즘(가학증), 마조히즘(피학증)’으로 왜곡되고 있다. 술집에서 행해지고 있는 온갖 변태적인 성행위들, 우리의 무의식(無意識)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이다.

 

우리 사회가 평화를 되찾으려면, 아름다운 성과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1.09 10:26 수정 2025.01.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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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