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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의 향연은 왜 가을 산에서 펼쳐지는지요?
참나무에서 하늘이 흘러나가고 바람이 흘러나가고 눈물이 흘러나가고, 천년의 바람으로 흘러간 그 무엇은 버섯이 되어 다시 참나무에서 꽃피고…
결국 참나무는 버섯의 집인가 봅니다. 죽은 참나무를 숙주로 식용하는 버섯은 느타리, 표고, 노루궁뎅이, 개암, 잎새, 영지, 말굽 등 참 많습니다.
버섯의 요리 방법도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냄비에 버섯을 수북하게 채워 푹 끓이는 버섯라면을 선호합니다.
산을 오르니 노루궁뎅이버섯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군요. 자실체 위에 하얀 털이 빽빽한 버섯은 어느 동물의 궁뎅이를 닮았다 야단입니다. 그런 날의 고향집 순미의 발은 달빛을 따라가는 하얀 버선처럼, 곱고 희었다지요.
[류기봉 시인]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포도시집 「포도 눈물」, 산문집으로 「포도밭 편지」가 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포도밭에서 ‘포도밭예술제’를 개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