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아버지와 아들 3

고석근

 내 신발은

 십구문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 박목월, <가정> 부분  

 

 

오래전에 아들 둘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큰아이와 작은아이 둘을 안고 찍은 사진이다. 큰아이는 동생이 태어나면서 큰아이가 되어 계속 큰아이답게 자랐다. 얼굴이 심각하다.

 

작은아이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공부 모임 시간에 자녀에 관해 얘기해 보면, 다들 비슷하다. 장남, 장녀에겐 엄격하게 대하게 되는데, 막내둥이는 마냥 귀엽기만 하단다. 형은 동생이 태어났을 때, 큰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혼자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어느 날 동생이 태어났었을 때, 부모님이 동생을 귀여워죽겠다는 듯이 쳐다볼 때,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나도 장남으로 태어나 자라며, 아버지의 동생들을 바라보는 눈빛을 기억한다. 나를 바라볼 때는 항상 엄격하셨던 눈빛이 갑자기 웃음을 가득 띤 표정이 되었다. 동생들은 아버지 앞에서 재롱을 떨었다. 나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 언제나 의젓해야 했다.

 

아버지들은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집에 온다. 현관의 신발들이 눈에 띈다.

 

육문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오랜 가부장 사회가 만들어내는 유산은 길고 길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2.13 10:11 수정 2025.02.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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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