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4월 1일은 ‘멸종위기종의 날’이다. 1987년 환경부가 처음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지정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2021년부터 시작했으며, 올해로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이 날은 단지 과거의 노력을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고, 멸종위기종 복원으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의미 있는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감소는 기후변화와 함께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 중 하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따르면 현재까지 평가된 생물종의 약 28%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주요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자원 남획, 환경 오염 등이 지목된다. 특히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요인으로, 많은 생물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극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2024년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인류가 기후변화 위기에 ‘지구를 구할’ 시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전 인류의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생물 종의 멸종은 단지 한 종의 소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생태계는 수많은 종이 상호작용하며 유지되는 복잡하게 짜여진 그물망이다. 특정 종이 사라지면 그와 연결된 생태계 기능 전체가 영향을 받고, 결국 인간의 삶에도 위협이 된다. 따라서 멸종위기종 보전은 자연보호를 넘어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이고 기후위기 대응에도 기여하는 전략이다.
국립생태원은 이러한 배경 아래 다양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이후로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소똥구리 복원사업은 초지 생태계의 기능 회복과 토양 건강성 증진에 기여하며, 탄소 저장 능력까지 높이는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의 사례다. 국립생태원은 2019년부터 몽골에서 소똥구리를 들여와 증식·복원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2023년 금강유역환경청, 태안군, 국립공원공단 및 지역 주민들과 함께 충남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에 200마리를 방사한 바 있다.
저어새 서식지의 보전과 복원도 중요한 과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저어새는 전 세계 개체군의 90% 이상이 국내에서 번식하지만, 해안 개발과 오염, 서식지 감소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인천 강화도, 남동유수지 등 우리나라 저어새 주요 번식지에서 서식지 환경 개선과 보호 활동을 전개해 저어새의 생존 기반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생태계 건강성 회복은 물론, 기후위기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멸종위기종 보전은 정부나 전문가들만의 몫이 아니다. 시민사회, 기업, 지역사회 등 모든 주체가 함께할 때 지속 가능한 보전이 가능하다.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일은 우리의 삶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환경을 물려주는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친환경 소비, 서식지 보호, 생물다양성 가치 확산 등 일상 속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우리가 보호하지 않는다면,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종뿐 아니라 생태계와 인간의 삶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멸종위기종의 날을 맞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함께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