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아름다운 사람

고석근

 당신은 내가 드린 내 마음을  

 고운 장난감같이 조그만 손으로 장난을 하고  

 내 마음이 고뇌에 떠는 것을 돌보지 않는다  

 

 - 헤르만 헤세, <아름다운 사람> 부분 

 

개울가에서 한 아리따운 처녀가 개울을 건너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길을 가던 경허 선사와 젊은 수도승이 그곳을 지나고 있었다. 처녀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경허 선사가 선뜻 등을 내밀며 말했다. 

 

“그럼, 내 등에 업히시오.” 

 

경허 선사는 처녀를 업고 개울 건너편에 내려주고는 계속해서 길을 갔다. 젊은 수도승이 경허 선사에게 따져 물었다. 

 

“수도하는 큰스님께서 어떻게 젊은 여자를 업을 수가 있습니까?”

 

경허 선사가 말했다. 

 

“예끼 이놈! 나는 벌써 그 처자를 개울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네놈은 아직도 그 처자를 업고 있느냐?” 

 

인간에게는 애욕을 넘어서서 사람과 사물을 보는 미적인 감수성이 있다고 한다. 경허 선사의 경지일 것이다.

 

이러한 미적 경험을 사랑할 때 할 수 있다. ‘당신은 내가 드린 내 마음을’ ‘고운 장난감같이 조그만 손으로 장난을 하고’ ‘내 마음이 고뇌에 떠는 것을 돌보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가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이는 기적! 그래서 우리는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하게 된다. 동화작가 입센은 말했다. 

 

“한 사람도 사랑해 보지 않았던 사람은 인류를 사랑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경허 선사가 도달한 경지를 성과 사랑을 통해 도달할 수 있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4.03 12:50 수정 2025.04.0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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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