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주 보는 두 몸은
때로는 두 개의 파도다
- 옥타비오 파스, <두 몸> 부분
중국의 고전 시경(詩經)에는 사랑 노래가 많이 나온다. 봄이 되면 청춘 남녀들이 강가로 나온다. 함께 놀다가 처녀가 과일을 따서 사랑하는 총각 앞으로 던진다. 참으로 멋진 구애(求愛) 행위다.
그들은 어디서 사랑을 나눌까? 아마 들판에서 숨 막히는 사랑을 할 것이다. 얼마나 신선한가! 들판은 푸른 바다가 되고, 두 몸은 두 개의 파도가 되어, 함께 일렁이다 하나가 되고 떼어지고….
그들은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을 체험할 것이다. ‘하나가 곧 여럿이오, 여럿이 곧 하나.’라는 천지자연의 운행원리가 되어 볼 것이다. 성(性)이 육체적 충동에서 천지자연의 충동이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한 그들은 앞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천지자연의 이치가 자리이타(自利利他)이듯이, 그들은 자신의 이익과 남의 이익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할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 자신이 남과 뚜렷이 구별되는 ‘개별자(個別者)’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인연의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 뺨은 얼마 전에 먹은 삼겹살이고, 내 안의 산소는 조금 전에 저 나무 속에 있었다.
사랑은 나를 넘어서는 거룩한 행위다. 우리는 사랑을 하며, ‘나는 나이면서 너이고 동시에 모든 인류, 우주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