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어머니의 일생

고석근

 오븐의 채널이 정각에 멎는다 

 늦은 아침이 다 구워졌다 

 꽃나무 밑에서 놀던 적막은 바싹 익었다

 

 - 조말선, <정오> 부분

 

 

얼마나 많은 딸이 친정아버지의 오븐 속에서 속성으로 구워졌던가! 한나절이 되기도 전에, 딸들은 다 구워진다. 

 

‘꽃나무 밑에서 놀던 적막은 바싹 익었다’

 

외갓집에 가면, 뒤뜰에 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어머니가 배나무 밑에서 놀던 적막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일제의 위안부 강제 징집을 피해 조혼을 하고, 결혼이 파탄이 나고, 하지만 친정으로 돌아가지 못한 어머니. 

 

친척 집을 전전하다 우연히 만난 아버지, 하지만 아들인 나를 낳기 전까지는 혼인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 자란 산골 마을, 가끔 꿈에 나타난다. 신비로운 바위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집을 지었다고 한다. 오래전에 갔을 때, 집터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릴 적 어머니는 항상 아프셨다. 이마에 수건을 두르고 누워있는 어머니를 보며 학교에 갔다. 대문을 들어설 때는 겁이 났다. 

 

까만 동생들이 나를 쳐다봤다. 환청이 들렸다. ‘형아. 엄마 죽었어!’ 우리 가족은 보릿고개를 넘으려 안간힘을 썼다. 

 

우리가 다 커서 어머니한테 매달 용돈을 드렸다. 어머니는 머리칼이 하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 시대의 여성 중에 어머니의 일생과 다른 여성이 얼마나 될까?

 

돌아가시기 한 달쯤 전 먼 산을 바라보시던 어머니, 한평생이 얼마나 허망했을까.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5.08 09:49 수정 2025.05.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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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