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칼럼] 정오의 사상

홍영수

카뮈의 정신적 원형은‘정오의 사상’이다. 이는 절도와 중용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글들은 철학적이면서 역사적이고 정치적이다. 그는 공동체와 유대 관계를 맺고, 역사와 함께 살면서도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당하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카뮈는 말했다

 

여기서 카뮈가 얘기한 ‘정오의 사상’은 양극단의 끝을 동시에 잡고 그 중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 중간이란 정중앙의 균형점이 아니다. 긍정과 부정의 정중앙 혹은 온건한 중용이 아니다. 한쪽의 끝단에 서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양 끝단에 닿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눈앞의 현실은 평형추를 잃어버렸다. 우주는, 자연은, 인간의 삶은 지금까지 생성과 변화 속 균형 상태를 유지해 왔다. 제발 ‘정오의 사상’이 말하는 ‘절도’가 필요한 시대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중용’을 얘기했듯이 중용은 단순한 평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상황에 따라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맞게 올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정오의 시간’은 그림자가 없는 한낮의 정중앙이 되는, 오롯이 자신이 되는 순간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안고 있는 그 어떤 고통과 쓰라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고뇌의 시간과 실망스러운 삶들을 껴안아야 한다. 그것이 온전히 자신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때 비로소 행복이라는 시작점에 서 있게 된다. 

 

공자는 “國家可均也, 爵祿可辭也, 白刃可蹈也, 中庸不可能也."(국가가균야 작록가사야 백인가도야 중용불가능야)“천하와 국가를 고르게 할 수 있고, 작록을 사양할 수 있고, 시퍼런 칼날을 밟을 수 있지만, 중용(中庸)을 실천하기는 좀 어렵다. 고 했다. 

 

그렇다. 중용은 인간의 삶과 역사, 사회와 자연 등의 양극단으로부터 한쪽에 서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결코 소홀히 여기거나 관심 밖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의 끝단을 넘어 저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면서 관점이다. 어느 날 TV에서 남극과 북극의 빙하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드는 생각이 바로 중용의 관점이다. 남극과 북극을 다 볼 수 있는 곳은, 지구(남극과 북극)를 벗어나 저 우주의 한 중앙에서 바라보면 두 극단을 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도 놓치지도 않기에 양쪽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거칠고, 독단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도종환 시인은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창비)에서 “정오는 가장 환한 시간입니다. 생명을 가진 것들이 가장 왕성하게 살아 움직이는 시간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 사람과 자연이 푸르고 따뜻하게 공생하는 시간입니다.” 했다. 그렇다면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은 자정의 시간일 것이다. 어둡고, 거칠고, 사나운 시간, 헐뜯고 질시하며 영혼 없는 사람들이 이끄는 시간일 것이다. 이러한 시간이 지금 우리의 눈앞 나타난 현상들이고 시인의 말처럼 ‘성찰 없는 용기, 절제 없는 언어 전쟁 같은 일상 속에 살고 있다.

 

그러면서 시인은 “알베르 까뮈는 정오를 균형 잡힌 시간이라 했다.” 계절은 5월이다. 자연 속 온갖 나무들은 푸르름을 더해가고 집 앞 베란다와 공원, 들녘 어디를 가도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어찌 보면 5월은 한 해 정오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가장 환한 시간이고 균형 잡힌 시간인 것 같다.  

 

어느 철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다.” 그리고 막스 뮐러가 얘기한 “하나만 아는 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다.” 고정된 불변의 사고와 편협된 생각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성의 말일 것이다.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작성 2025.05.19 09:27 수정 2025.05.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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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