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와 국제 교역의 증가로 국경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외래생물의 유입도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와 습도의 변화가 외래생물의 생존과 확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아열대 지역의 생물들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무해한 듯 보이지만, 생태계에 자리잡는 순간 순식간에 교란자가 되어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 외래생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과학적 연구는 생태계 보호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필수적 과제다.
외래생물의 유입은 의도적·비의도적 경로 모두를 통해 이루어진다. 조경용 식물이나 애완동물로 반입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컨테이너 포장재나 선박의 평형수에 실려 들어오는 비의도적 유입도 적지 않다. 최근 3년간 국내 통관을 통해 반입된 외래생물은 연평균 6천여 종에 달하고 있으며, 이미 전국 각지에서 정착하고 있는 외래생물도 2천6백여 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일부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한 침입을 넘어, 토종 생물의 서식지를 잠식하거나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외래흰개미는 건축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마블가재는 수생 생태계에서 토종 종을 위협하고 있다. 또, 일부 외래종은 인간과 동물에게 전염병을 확산시키기도 한다. 특히 가시박처럼 한 번 정착한 외래종은 제거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방치할 경우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외래생물에 대한 대응은 사후 조치보다 사전 예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적인 분포 실태조사, 유입 경로 분석, 생태계 위해성 평가와 같은 과학 기반의 조사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드론, 열화상 카메라, 환경유전자(eDNA) 기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외래생물 감시 체계가 도입되며 조사 효율성과 정확성도 높아지고 있다.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는 대규모 지역에서 외래생물의 서식지를 신속하게 탐지할 수 있으며, eDNA 기술은 물속에 존재하는 외래생물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여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노력은 단지 자연을 지키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외래생물로 인한 농·임업 피해, 기반시설 파손, 보건 위협은 결국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예를 들어, 외래꽃사슴류는 농작물과 임야에 피해를 주며, 서식지에서 사람과의 접촉도 늘어났다. 국민의 안전과 국토 생태계의 건강성을 동시에 지켜내기 위해, 외래생물 조사와 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경에서부터 현장까지, 체계적인 조사와 선제적 관리로 우리가 지켜야 할 생태계의 가치를 보전해야 할 때다.
선제적 관리와 빠른 대응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외래생물로 인한 피해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 생태계의 건강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지금 바로 실천에 옮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