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아름다움이 마침내 인류를 구원하리라

고석근

젊은 여인들은 과시 아름답지만

나이 먹은 여인에게는 댈 수 없구나.

 

 - 월트 휘트먼, <아름다운 여인들> 부분 

 

어제 공부 모임에서 한 회원이 말했다.

 

“좁은 길에서 차를 운전하며 가는데, 앞에서 한 할머니가 폐휴지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가는 거예요. 처음에는 짜증이 났죠. 그런데 언덕배기에서 할머니가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내려서 리어카를 밀어드렸어요.”

 

그 회원은 리어카를 밀고 가며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할머니가 아름다워 보였다고 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대상들은 언뜻 볼 때와 자세히 볼 때는 전혀 달라진다. 자세히 보면, 차츰 새롭게 보이게 된다. 폐휴지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머니를 자세히 보면, 할머니를 둘러싼 아우라가 느껴진다. 

 

화가 고흐의 ‘구두 한 켤레’와 같다. 너덜너덜 낡은 구두 한 켤레, 재활용도 되지 못할 쓰레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낡은 구두에게서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 구두를 신은 사람의 몸짓과 그 사람에게 내리비치는 햇살, 뺨을 스쳐 가는 바람, 구두는 아름다워진다.  

 

시인 휘트먼은 노래했다. 

 

젊은 여인들은 과시 아름답지만

나이 먹은 여인에게는 댈 수 없구나.

 

나이 먹은 여인들에게는 오랜 세월이 만든 아우라가 있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사람들과 사물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낄 때, 우리의 영혼은 구원을 받는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6.05 11:22 수정 2025.06.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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