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우리는 희생자 안에서 우리 자신을 인식해야 한다

고석근

네게로 가리.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매독처럼

삶을 거머잡는 죽음처럼. 

 

 - 최승자, <네게로> 부분 

 

토마스 빈터베르 감독의 영화 『더 헌트』는 치명적인 오해 하나로 인해 순식간에 공동체의 ‘사냥감’으로 전락하는 한 남자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한 시골 마을의 유치원 교사 루카스, 그에게 호감이 있던 클라라는 선물을 몰래 그의 옷에 넣어두고 그에게 다가가 입술에 키스한다. 루카스는 정중하고 엄하게 선물을 다시 가져갈 것을 요구하며 “입에 키스를 하는건 엄마랑 아빠랑만 하고 다시는 하지 말라”며 잘 타이른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클라라는 원장이 곁에 있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루카스 선생님이 싫어요. 멍청하고 못생겼어요. 고추도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원장은 되묻는다.

 

“너네 오빠와 아빠도 있잖니?”

 

클라라가 대답한다. 

 

“선생님 고추는 앞으로 뻗어 있었어요. 막대기처럼.”

 

무서운 집단 사냥이 시작된다. 원장은 말한다. 

 

“아이들은 거짓말하지 않아요!”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다니! 아이들은 상상한 것과 사실을 혼동할 때가 많다. 더더구나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은 아이는 어떻게 할까?

 

인간의 사랑은 치명적인 것이다.

 

네게로 가리.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매독처럼

삶을 거머잡는 죽음처럼.

 

이제 사랑에 눈뜬 클라라, 그녀의 말을 왜 부모님과 원장은 귀담아듣지 않았을까? 아이에게 상세히 물어보았으면, 쉽게 성추행 여부를 알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항상 알아야 한다. “우리는 희생자 안에서 우리 자신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똬리를 틀고 있던 어두운 그림자를 루카스에게 마구 전가한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6.19 10:44 수정 2025.06.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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