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제주도 '설문대할망'

 

[3분 신화극장] 제주도의 ‘설문대할망’

  

안녕하세요. 김미희입니다. 재밌고 섬뜩하고 위대한 신들의 서사 ‘신화’, 때론 신도 실수하고, 질투하고, 사랑하고 심지어 죽기도 한답니다. 신보다 더 신나는 신화 이야기, 오늘은 제주를 만든 여신,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자, 가볼까요. Let's go

 

제주도는 ‘여자’가 만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주아주 크고 오래된 ‘할머니’가 만들었지요. 그 이름은 설문대할망입니다. 걸음 하나에 바다가 출렁이고, 치마폭 하나에 흙이 쏟아졌던,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여자. 그녀는 말없이 흙을 퍼다 날랐습니다. 산을 만들고, 들판을 고르고, 바다를 가르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제주를 정성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한라산은 그녀가 솥을 얹어 밥을 짓던 자리입니다. 솥뚜껑을 덮어둔 채 잠깐 잊어버렸더니 밥이 넘쳐 흘렀고, 그 넘친 밥풀들이 바로 제주의 오름들입니다.

 

그녀는 오백 명의 아들을 낳았죠. 식구는 많고 가난한데 마침 흉년까지 겹쳐 아들들에게 밖으로 나가 양식을 구해 오라고 했어요. 오백 형제들은 모두 양식을 구하러 나가고, 할망은 죽을 끓이기 시작했죠. 백록담에 큰 가마솥을 걸고 불을 지핀 다음, 솥 위를 걸어서 죽을 졌다가 그만 발을 잘못 디뎌 죽 솥에 빠져 죽었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오백 형제는 돌아와서 죽을 먹기 시작했죠. 여느 때보다 죽 맛이 좋았는데 맨 마지막에 돌아온 막내가 죽을 뜨려고 솥을 젓다가 이상한 뼈다귀를 발견했고 다시 살펴보니 어머니의 뼈가 틀림없었죠. 동생은 어머니의 고기를 먹은 형들과 같이 있을 수 없다고 통탄하며 멀리 차귀섬으로 달려가 울다가 그만 바위가 되어 버렸어요. 이것을 본 형들도 그제야 사실을 알고 여기저기 늘어서서 통곡하다가 모두 바위로 굳어졌답니다. 그래서 영실에는 499장군이 있고, 차귀섬에 막내 하나가 외롭게 있다고 합니다.

 

한 여자가 땅을 만들고, 밥을 짓고,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는 ‘설문대할망’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오늘도 그 할망이 만든 땅 위를 걸으며 제주의 바람을 마시고, 한라산을 오릅니다. 설문대할망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직도 제주 바람 속에 숨 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다음에 제주도에 가면, 그녀의 아들들이 있는 오름에 기대어 설문대할망이 끓인 죽 냄새를 한번 맡아보세요. 그 냄새 속에 삶의 무게와 사랑이 녹아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한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김미희 기자였습니다. 

 

작성 2025.07.12 10:55 수정 2025.07.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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