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소설은 허구인 진실이다.
소설은 허구로 만든 이야기인가, 그냥 허구가 아니고 지어내 허구이다. 그러나 그 허구는 없는 이야길 지어낸 것이 아니고 현실을 직시하고 냉철하게 비판하고 미래를 예시하는 인간 본성의 바탕이 감성에 호소하여 만든 허구이다. 소설이 얼마나 인간을 감동시키는지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소설은 인간의 부족하고 냉담하고 무감각한 사고를 충동하여 초월적인 생각을 갖게 하고 기존과 현실의 생각을 바꾸어 버리는 위력을 가졌다. 즉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큰 힘을 가졌다. 흔히 소설은 예상과 결과가 모순이란 부조리로 나타나지만 결국은 합리적인 사고에 이른다.
소설은 아이러니한 묘사다. 마치 진짜의 모습을 가짜로 표현하여 진짜를 의식하는 가짜에서 진실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저주스러운 욕을 실컷 해 놓고 뒤에선 사랑과 애착을 가지는 것으로 욕설이 욕설로 믿어지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을 허구의 아이러니한 진실이라는 것이다. 소설은 진실을 위한 허구적 서사를 하는 언어 미학이다.
2. 소설은 모든 예술의 근원이며 발상이다.
모든 예술은 소설이란 서사를 응용한 분석이다. 소설의 이야긴 인간에게 감동을 준다는 의미에서 종합 예술의 원본이 된다. 따라서 소설가는 단순히 이야길 작품으로 쓰는 것이 아니고 예술을 창작하는 모형을 제시하는 토대로 쓰여진다. 음악이 그렇고 미술이 그렇고 연극과 드라마 영화가 그렇다. 소설의 스토리와 서사가 모든 예술의 장르로 변형되는 것이다.
말과 글의 서사는 문학의 가치를 높인다. 그렇다면 예술은 문학의 힘이라고 하겠지만 그중에서 소설은 그보다 차원 높은 직감적이고 직설적인 서사를 가진다. 예를 들어 그림을 보면서 소설적 서사 없이는 감상이 안 되고 음악도 서사 없이는 가치를 모른다. 음악의 주제에 서사를 붙이면 감상은 쉬워지고 음악의 예술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모든 예술은 소설적 서사가 붙어야 가치가 상승한다. 장르 예술은 소설원작을 각색하여 만들어지고 그림이나 음악의 가치는 내용과 배경을 설명해 줌으로써 명품 예술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야길 좋아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감동하길 좋아하고 그 감동이 위대한 역사를 만드는 것이 인생이다. 모든 기록은 소설적 서사에서 이루어진다.
3. 소설은 인간의 감정을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소설의 힘은 인간의 감성을 변화시킨다고 하였다. 주제하는 이야기 속에서 사람 나름의 감성의 변화가 일어난다. 심신이 피로할 때 한편의 단편, 그리고 장편 한 권을 읽고 나면 심신의 변화가 완전히 달라진다. 주제가 어떠하건 음미하는 내용이 주는 효과는 인간의 다른 감정을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소설가는 체험한 세계건, 체험하지 않은 공상의 세계건, 현실의 희로애락에서 주제를 찾고 그것을 문학이란 예술로 표현하면 독자는 창작에서 간접적 체험을 얻는 것이다.
소설의 미학은 참 묘하다. 폭력적인 내용에서 순수하고 평화로운 자유를 느끼고 슬픔에서 기쁨을 만끽하며 저주와 증오에서 사랑의 진정성을 느끼며 복수와 응징에서 사랑과 베풂의 순수를 느끼는 것이 소설의 힘이다. 그렇게 소설은 인간의 감정을 순화시키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소설은 다른 예술의 탄생이 씨앗이다. 주제가 그렇고 서사가 달라도 소설의 이야길 각기 다른 예술로 변화되는 묘학을 가졌다. 인간은 참 묘하고 어려운 감정으로 상황에 따라서,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변화무쌍하지만 소설은 그 돌변적인 정서를 바르게 정화하고 희석하는 촉매제이다.
4. 소설가는 어떤 생각으로 소설을 쓰는가?
소설사에서 많은 작가의 소설적 경향을 살펴보면 다양하고 다채롭고 미묘한 감정을 이입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대체 소설가들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쓸까? 단순하게 쓰고자 하는 주제를 잡고 소재를 구하고 기승전결로 구성하여 등장인물과 주인공을 대비시켜 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하여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 대부분의 독자는 모른다. 그저 쉽게 생각한다고 보는 것이다. 소설은 단순한 글쓰기 서술의 기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소설은 사상과 철학을 배경하는 정신적인 사고가 없으면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마음으로 소설을 쉽게 쓸 수는 없다. 뇌리에 축적한 지식이나 사고와 냉철한 인지와 시대관과 사무의 성찰이 정제된 바탕 위에 소설은 쓰인다.
소설이 지향하는 목표는 분명히 있다. 시대와 사조를 비판하고 그릇된 사회를 계몽 선도하고 미래를 예시하며 대중의 리더 이식과 역사적 인식과 견해를 바르게 가지는 것이다. 작가의 의식이 없는 소설은 죽은 소설이다. 작가 의식은 사상적 철학적 사고 없이는 형성되지 않는다. 대체로 선악을 주제로 소설을 쓴다. 폭력, 감동, 정서 순화, 사랑과 저주. 증오와 갈등, 약자와 강자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소외와 풍요 등으로 묘사되는 소설이 작가 의식이란 바탕 위에서 작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5. 문호들의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톨스토이
소설가이며 사상가이고 사회개혁의 평화주의자였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도덕적인 성찰로 이해하려고 하였다. 전쟁과 평화는 나폴레옹 시대에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의 운명과 전쟁의 참상을 통찰하여 고통스런 시대적 모순을 그렸다.
안나카레이나는 귀족 사회의 위선과 규범이 한 개인의 욕망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린 비극을 초래하는데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인간적 감동을 그려낸다. 부활은 신앙이 악으로부터 구원과 회개한다는 소설이다. 톨스토이는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났으나 시대적인 불행으로 말년에는 가족과 이별하여 쓸쓸한 기차역에서 혼자 죽음을 맞는다.
도스토옙스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서 평생 가난과 유배 생활로 일생을 마쳤다. 작은 키에 금발의 작은 눈과 신경질적인 성격에 피해망상의 정신 분열적 간질병에 시달렸다. 프랑스 사회주의 사상에 매료되어 러시아의 페트라셰프스키 서클 회원으로 사회개혁과 정부를 비판하다가 시베리아로 유배 가서 살았다. 신을 부정한 합리적인 이기주의자이며 급진적인 개혁파였다. 배움이 없어서 어릴 때부터 공병학교에서 근무했고 도박꾼으로 고통받는 생을 마감했다.
죄와 벌은 인간 내부의 문제를 깊은 죄책감으로 고뇌하며 심리적 통찰을 통하여 선의를 찾아가려는 몸부림이었다.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들의 심미적 불안과 혼란스러운 인간애를 통찰할 수 있었다.
헤밍웨이
작가로서 부의 영화를 누렸던 성공한 소설가였다. 그는 소설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종군기자로 시작하여 전쟁의 비화를 적나라하게 소설로 비판하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스페인 내전)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은 종군기자 때 전쟁의 비화를 쓴 소설이다. 말년에 쿠바에서 노인과 바다로 노벨상을 받았고 역사상 소설가로 최고의 부를 누렸다. 호탕한 성격으로 결혼을 4번이나 했으나 다 이별의 아픔을 안았다. 그는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으로 끝내 엽총 자살을 하였다.
빅토르 위고
프랑스의 정치가이며 소설가이다. 계관 문인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성을 남긴 작가이며 하루에 100장의 원고를 써냈던 문호이다. 아버진 나폴레옹의 친위 장군으로 그는 태어날 때부터 부귀영화를 누렸다. 다작 작가로 평생 시는 1000여편 칼럼 500편 단편 20편, 장편 5편을 남긴 세계에서 가장 원고를 많이 쓴 작가이다. 장편 레미제라블로 시대의 적응과 부적응의 모순을 그렸고, 노틀담의 곱추는 고추와 소녀의 사랑과 노틀담 건축 미학을 그려 프랑스인의 사랑을 받았다. 역사상 가장 작품을 많이 썼던 작가이며 정치가로 존경받았다. 화려한 인생을 보냈으나 말년에 불행한 가족사와 신병을 앓다가 쓸쓸히 혼자 죽었다.
앙드레 말로
프랑스 드골을 찬양한 계관 작가이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 식민지 유물을 착취하는 정책으로 오늘날 루불박물관을 만들었다. 그는 중국 사회의 모순을 인간 조건이란 주제로 환경에 적응하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그렸다.
위와 같이 문호들의 인생에서 소설이라는 가치와 힘을 배웠고, 소설이 인간의 감성을 변화시키는 역량을 보았다.
[김용필]
KBS 교육방송극작가
한국소설가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마포지부 회장
문공부 우수도서선정(화엄경)
한국소설작가상(대하소설-연해주 전5권)
이메일 :danm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