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다] 전승선 시인의 ‘전선 위의 새’

 

안녕하세요. 강라희입니다. 과부하 걸린 뇌는 달콤한 설탕을 원하지만 시는 부패하지 않게 해주는 소금 같은 것이죠.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위로의 시 한 편이 지친 마음을 치유해 줄 것입니다. 오늘은 전승선 시인의 ‘전선 위의 새’를 낭송하겠습니다.

 

 

전선 위의 새

 

 

 

해가 진

베란다 유리창에 기대어

뒷모습만 보이는 영국여자의

늙은 발걸음을 세어본다.

크고 두꺼운 검은색 구두는

발자국만 남기고

골목 끝으로 사라져간다.

 

긴 스란치마 아래

야무지고 뽀얀 고무신이

골목 너머 아스라이 멀어지던

서울의 저녁 풍경이 흔들리고

허공 속의 한숨도 따라 흔들린다.

 

가난한 인텔리겐치아의 손에 들린

사르트르는 아직도 고뇌하는 눈빛인데

브리티시뮤지엄 앞 복사가게 주인은

친절하게도 노스탤지어까지

복사해 서울로 전송해 준다.

 

아직 고독은 살아있으므로

포토밸리 마켓에 가서 살아있는

고독만큼의 위스키를 사오면

오래된 우울이 주렁주렁 달린

그림 속 나무가 꽃을 피운다.

 

날카로웠던 펜촉의 추억이여

달콤한 위스키의 스산함이여

캔버스 여백속의 노스탤지어여

 

이층 베란다 유리창에

어둠이 밀려오면 작은 세상의

문을 열고 안부를 전송한다.

 

"안녕 그리운 벗이여, 내 영혼은

지금 런던의 간이역을 지나고 있단다."

 

 

 

 

이 시를 듣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나요. 우리의 삶은 모두 한 편의 시입니다. 전승선 시인의 ‘전선 위의 새’을 들으니, 타국에서 고독한 이방인이 되었을 사람들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나네요. 이 시를 들은 모든 분들 힐링받는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강라희 기자입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5.08.05 11:26 수정 2025.08.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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