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블루(Blue)
섬으로 가는 것은
항상 미련처럼 남아있는
노스탤지어를 고백하는 시간
느긋한 보폭으로 여백을 꿈꾸게 한다
오키나와는
하늘과 바다가 빚어내는 파랑의 변주(變奏)
하늘빛 바다와 바다빛 하늘은
감성을 자극하는 한 편의 에세이

산호 조각이 흩어져 있는
새하얀 나비 해변에는
에메랄드빛 파도가 밀려오고
빈 소라에는 바람 소리가 채워진다
야자수로 덮인 아열대숲에는
땅을 걸어 다니는 듯한
신기한 나무가 자라고
날지 못하는 새도 산다
거친 파도가 만들어낸 단애 절벽 위
만 명이 앉는다는 만좌모(萬座毛) 초원에 서면
코끼리 한 마리가 남태평양을 바라보며
빠삐용처럼 탈출을 꿈꾸고 있다

온나손 바닷가에서
바다로 풍덩 뛰어들면
형형색색의 열대어와 산호초가 반기고
푸른 동굴로 스며드는 가느다란 햇살을 따라 가면
신비로운 빛을 발하는 별천지를 만난다

오키나와는
제주도와 많이 닮았다
돌담이 그렇고
아열대 풍의 가로수와 열대림 숲들이 그렇고
바다와 언덕, 바람이 그렇다

일본이지만 일본이 아닌 곳
류큐(琉球) 왕국이 남긴 보물들로 가득 찬 섬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낙원에는
깊게 팬 생채기가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연륙교로 이어진 코우리 주변 섬들은
온통 사탕수수밭이다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사탕수수밭에서
해풍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를 들으면
가만히 눈을 감게 된다

일본이 그토록 탐내던
이 섬의 사탕수수에는
감미로운 달콤함만이 담겼을까
선셋비치에서 무심하게 풍경을 바라보니
여전히 깊고 짙푸른
오키나와 바다를 달리는 고깃배는
노을빛 뒤로 몸을 숨기고
큰 섬만을 바라보는 작은 섬은
안개의 바다로 가라앉는다.
*오키나와: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16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태평양 전쟁 이후 남은 미국 문화의 잔재와 온난한 기후 덕분에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린다. 섬 곳곳에 류큐왕국의 문화유산이 남아있고, 여행객을 매료시키는 에메랄드빛 바다, 산호초, 열대 식물, 독특한 석회암 지형, 다양한 해변 등 오키나와의 역사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일본 본토와 달리 대중교통이 매우 열악한 편으로, 나하 시내와 중남부에만 체류하거나 오키나와 본섬 주변의 작은 섬들에 가는 사람이 아닌 이상 무조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국내 항공사들이 인천, 대구, 김해공항에서 오키나와 나하공항으로 취항하고 있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