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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지 (44)
온전하게 정신을 붙잡고
살아가기 어려운 시절이지
그렇다고 진리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고 하지는 말게나
별은 여전히 제 갈 길을 가고
바람은 이리저리 마구 불어대도
그대는 그대의 마음만 지키면 된다네
시절의 비참함은 견디면 그만이지만
세상을 동정하는 건 죄악이라네
생각의 틈에 낀 때를 벗겨 낸다고
밤에 낮을 판단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네
늙어서 젊음을 판단하는 것도 피해야 하지
이젠 지하철 움직이는 계단에 올라서도
한결 발랄하고 확고해진 발걸음에
주렁주렁 달린 고독도 사려깊어졌다네.
여름 끝에 매달린 시절이 위험하게 익어가도
실없는 농담으로 명랑하게 살아가야지
암, 그래야지, 그래야 세상에게 지지 않는다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