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우리는 아무도 누구를 심판할 수 없다

고석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 윤동주, <서시> 부분  

 

강의 시간에 ‘비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오랫동안 ㅅ 공기업에서 근무하신 분이 말했다.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살아왔어요.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을 보면 너무 화가 나요.”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이들을 보면 ‘쪽팔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아이들에게는 인간의 타고난 마음, ‘당당함’이 있다.

 

그러다 남의 비리를 보고, 세상이 순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며, 자신도 차츰 비리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많은 사람이 비리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슬프게 살아간다. 그러면 까마귀 노는 곳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살아가는 사람은 ‘한 점 부끄럼 없이’ 산 걸까? 

 

ㅅ 공기업에 취직하려면 공부를 아주 잘해야 했을 것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게 정당한가? 언뜻 보면 정당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온갖 특혜를 받고 살아갈 때, 공부가 아닌 다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온갖 부당한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도스토예스키는 말한 것이다. 

 

“우리는 아무도 누구를 심판할 수 없다.” 

 

이어서 그는 말했다.

 

“내가 오늘을 정직하게 살았다면 그 사람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어떤 형태로든지 비리와 부정의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을 심판하다 보면, 사회 전체의 비리 구조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은 노래했다.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우리는 남을 심판하기에 앞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커다란 비리 구조 속에 있는 세상이 보이고,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보이고, 가야 할 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갈 때,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게 되고, 우리는 차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9.04 10:54 수정 2025.09.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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