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정명 [기자에게 문의하기] /
안녕하세요. 김수아입니다. 시는 상처 난 마음을 섬세하게 봉합해 주는 의사와 같지요.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위로의 시 한 편이 지친 마음을 치유해 줄 것입니다. 오늘은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를 낭송하겠습니다.
자화상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닥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술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었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천지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우에 얹히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을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이 시를 듣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나요. 우리의 삶은 모두 한 편의 시입니다.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을 들으니, 우리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시를 들은 모든 분들 힐링받는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김수아 기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