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욕망에서 충동으로

고석근

 거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 천상병, <주막에서> 부분 

 

중국 사극을 보며 생각한다. 어찌 저렇게도 사람이 바뀌지 않을까? 황제에서 포로가 되어 저리도 고생했으면 인생을 알만도 할 텐데. 

 

또 욕심을 부려 가까운 사람들을 다 잃어버린다. 그리고선 또 후회한다. 뻔히 예상된 일인데. 왜 그럴까? 욕망으로 살아서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황제로서 잘하고 싶어!’ 

 

이 욕망이 계속 과오를 낳는다. 만일 저 황제가 포로가 되었을 때 ‘이제 모든 걸 내려놓자! 그냥 한 인간으로 잘살아보자!’ 그리하여 완전히 무지렁이 백성처럼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냥 배부르면 좋고, 누워 잠잘 방 하나 있으면 좋고….

 

그렇게 소박한 삶에 길들어 그냥 사람이 좋고, 산천초목이 좋아졌다면?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다시 황제가 되었다면, 그는 어떤 황제가 되었을까? 아마 멋진 황제가 되었을 것이다. 좋은 황제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그냥 소박한 한 인간으로 잘살아간다면, 자신도 모르게 좋은 황제가 되었을 것이다. 

 

역사상 충동적 삶을 가장 멋지게 산 사람은 고대 아테네의 철인 디오게네스일 것이다. 그는 개처럼 살았다. 그래서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와 원하는 게 있느냐고 물어도 햇살을 가로막지 말라고 했다. 

 

천상병 시인은 충동적으로 주막에 가고 충동적으로 술 한잔 마시면서 지복(至福)을 누렸을 것이다.

 

이러한 삶의 비법을 터득한 사람은 그 어떤 큰 재산, 권력을 갖게 된다고 해도 삶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9.25 11:12 수정 2025.09.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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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