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그러니까 사랑이다

이태상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인 정호승의 말에 나는 ‘그러니까 사랑이다’라고 화답하리라. 남녀 간의 사랑도 그렇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도 매한가지로 자기를 마음에 두지 않는 짝사랑인 것 같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효도란 자연의 섭리와 천리(天理)를 거슬러 치사랑을 강요하는 게 아닌가. 

 

그 한 예가 ‘심청전’이고 그 반대는 ‘고려장’이라 할 수 있다. 부모와 남자의 사랑이 주는 것이라면 부모와 남자의 사랑을 받는 대상은 자식과 여자이다. 그 사랑을 받아서 되돌려주는 것이 ‘되사랑’이다. 자식이나 여자로서는 부모와 남자의 사랑을 감사하고 기꺼이 받아 주는 것으로 셈이 끝난다. 주고 싶은 사랑을 거절하지 않고 받는 것이 주는 일이고 더 큰 선물이 된다. 

 

1950년대 내가 청소년 시절에 들은 미국 가수 해롤드 척 윌리스(1928– 1958)의 노래가 있다. 반복되는 가사 ‘내가 무엇 때문에 사는데, 널 위해서가 아니라면’이 평생토록 내 머릿속에 그리고 내 가슴 속에 메아리치고 있다. ‘널 위해서’ 숨 쉰다고 할 때, 이 ‘너’는 짝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자식일 수도, 아니면 좋아하는 일일 수도 있으리라. 

 

다만 ‘널 위한다’는 구실로 상대방에게 부담감이나 고통을 준다면 이는 사랑이 아니고 제 욕심에 불과하리라. 이런 욕심과는 달리 순수한 열정이 있을 때 진정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동시에 우주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가 보다. 그 좋은 예가 ‘레이디 가가’가 아닐까. 최근 예술과 예술교육을 장려하는 비영리 단체가 주는 상을 받는 수상 연설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 때 내가 커서 뭐가 될는지는 몰랐지만 난 언제나 조금도 겁먹지 않고 용감하게 우주의 열정이 어떤 것인지, 그 소리가 어떤지,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내 삶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이 말은 ‘호기심’과 ‘열정’이 ‘사랑’과 동의어가 된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녀처럼 우리도 모두 자신과 자신의 삶을 자신의 걸작으로 한 가락, 한 가락씩 완성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내리사랑, 치사랑, 짝사랑, 되사랑 가릴 것 없이 이 무궁무진하게 엄청난 우주의 에너지 열정으로 무지개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배를 타고 코스모스바다로 우리 같이 노를 저어 보리라.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은 수십 년간의 연구조사를 통해 ‘10,000시간’ 법칙을 세워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무슨 일이든 성취해 성공하려면 최소한 10,000시간을 들여 그 일에 전심전력해야 한다는 말로, 영어 속담에도 있듯이 ‘연습이 완벽을 기한다’는 뜻이다. 우리말에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노력보다 훨씬 더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영감’이다. 영감 없이 쏟는 노력은 도로에 그치고 만다. 

 

이 영감이란 단어는 영어로 ‘inspiration’이라 하는데 라틴어인 ‘inspirare’에서 유래한 말로 ‘숨을 불어넣는다. to breathe into.’란 의미이다. 예부터 부지불식간에 시도 때도 없이 불현듯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마치 어디선가 한 줄기 신선한 돌풍이 느닷없이 불어오듯 말이다. 그런데 이런 영감이란 우리 머리와 가슴이 그 어떤 선입관과 편견이나 고정관념 또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지 않고 텅 비어 있을 때에라야 생길 수 있는 신비로운 현상인 것 같다. 

 

아, 그래서 미국의 유명한 컨트리 음악 가수 ‘지미 딘’도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바꿀 수는 없어도 내 돛을 언제나 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맞출 수는 있다.” 

 

그리고 미국의 시각, 청각 중복 장애인으로서 작가, 교육자 이자 사회주의 운동가로 활약했던 ‘헬렌 켈러’도 또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좋고 아름다운 것들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가슴으로 느껴야만 한다.” 

 

또 미국의 흑인 여류 시인 마야 ‘엔저로우’는 이렇게 역설한다. 

 

“누군가의 구름에 하나의 무지개가 되도록 노력하라.”

 

그뿐만 아니라 이런 말도 있지 않나. “우리의 삶이란 우리가 놓치는 것들까지를 포함한 수많은 기회로 정의되고 한정된다.” 그런데 미국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회를 놓치는 건 그 기회가 작업복을 입고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또 이런 말도 있다. “우리가 겪게 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우리가 생각 없이 행동하거나 아니면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젯거리들은 우리가 그 어떤 영감이나 사랑도 못 느끼면서 로보트 같이 기계적으로 노력하거나 마지못해 억지 쓰듯 습관적으로 사는 삶이 아닐까. 우리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한 구절 음미해보자. 

 

제 안에 음악이 없는 인간,

감미로운 음의 선율에도 감동할 줄 모르고,

배신과 계략과 약탈만 일삼는다.

그의 정신력은 밤처럼 아둔하고

그의 감성은 에레부스처럼 캄캄하다. 

그런 사람을 믿지 마라.

음악을 기리라.

 

아, 너도나도 우리 삶은 음악이 되어라! 그러자면 우리 삶에 사랑이 있어야 하리라. 그리고 모든 영감이란 사랑에서 뜨는 무지개이리.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5.09.27 10:31 수정 2025.09.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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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