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선의 연작詩] 그래서 떠나왔지 (38)

전승선

 

그래서 떠나왔지 (38)

 

 

평생 펜 굴려 먹고 살던 남자

은퇴하고 홀로 산골에 귀촌했지

백화점에 가서 멋진 옷도 사야 하고

맛집에 가서 맛있는 저녁도 먹어야 하고

카페에 모여 수다도 떨어야 살맛이 난다는

문화중독자 마누라는 따라오지 않았다네

바쁠 것 없는 산골살이 슬금슬금 살금살금

산새들 모여들며 노래 들려주니 귀가 호강

산짐승 모여들며 같이 놀아주니 눈이 호강

별들이 모여들며 별빛 내려주니 몸이 호강

본질적으로 슬픈 게 인생이라고 말하고

간헐적으로 기쁜 게 행복이라고 말하네

슬프면 슬픈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무한히 감사할 뿐

마음먹기에 따라 힐링과 킬링은 한 끗 차이

혼자살이의 행복을 알아버린 남자는 

자연살이의 즐거움을 즐기는 자연철학자라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

 

 

 

 

작성 2025.09.29 08:57 수정 2025.09.29 10:11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우주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