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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떠나왔지 (38)
평생 펜 굴려 먹고 살던 남자
은퇴하고 홀로 산골에 귀촌했지
백화점에 가서 멋진 옷도 사야 하고
맛집에 가서 맛있는 저녁도 먹어야 하고
카페에 모여 수다도 떨어야 살맛이 난다는
문화중독자 마누라는 따라오지 않았다네
바쁠 것 없는 산골살이 슬금슬금 살금살금
산새들 모여들며 노래 들려주니 귀가 호강
산짐승 모여들며 같이 놀아주니 눈이 호강
별들이 모여들며 별빛 내려주니 몸이 호강
본질적으로 슬픈 게 인생이라고 말하고
간헐적으로 기쁜 게 행복이라고 말하네
슬프면 슬픈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무한히 감사할 뿐
마음먹기에 따라 힐링과 킬링은 한 끗 차이
혼자살이의 행복을 알아버린 남자는
자연살이의 즐거움을 즐기는 자연철학자라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