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대 칼럼] 내 멋진 친구, 색소폰

문용대

내 삶에 색소폰이라는 멋진 친구가 찾아왔다. 7, 8년 전 하모니카를 배우다 다리를 다쳐 음악을 멀리했던 나에게, 색소폰은 2023년 가을, 친구 소개로 다시 찾아온 선물과도 같았다.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아는 것이라곤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전부였다. 그런 나를 색소폰의 깊고 풍부한 소리는 단숨에 매료시켰다. 

 

내가 속한 연주 모임에는 40명이 넘는 회원이 있는데, 그중 남성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몇 명을 빼면 대부분 나보다 젊다. 남성 중에서는 내가 가장 인생고참인 것 같다. 연주 경험도 대부분 4, 5년은 기본이고 십수 년씩 색소폰을 불어온 베테랑들이다. 2년도 채 안 된 초보자인 내게는 당연히 어렵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게 힘들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는다. 낮은 '도' 이하의 음이나 3옥타브 이상의 높은음은 여전히 어렵고, ‘반음’이나 ‘꾸밈음’ 연주는 당연히 힘들다. 악보를 따라가는 귀, 눈, 머리, 손이 각기 따로 놀 때가 많으니, 연주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런데다가 다른 이들은 대부분 주 2회 참석하지만, 나는 하루밖에 못 나가니 뱁새가 황새 따라가기인 셈이다. 

 

한번은 어떤 여성 회원으로부터 처음 나를 보았을 때 악보도 못 볼 줄 알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내보니 그 정도는 아니라는 긍정적인 말로 받아들였다. 다른 사람이 내 연주 소리를 듣고 무슨 곡인지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선생님께 지적받은 것을 깜빡 잊어버리고 잘 고쳐지지 않지만, 어떤 곡은 연주를 잘한다는 칭찬도 듣는다.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의 말일 것이다. 특별히 애쓴 적 없는데도 저절로 되는 ’비브라토‘를 잘한다는 말도 듣곤 한다. 나는 마우스피스에 붙이는 리드를 고운 사포로 손질해 쓰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이 멋진 친구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거창한 연주 실력을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즐기기 위해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터의 야간 휴식 시간에 지하에서 연습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직장을 떠나,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놀랍게도 색소폰은 내게 기대 이상의 많은 것을 선물해 주었다. 악기 연주는 단순히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매우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음악 활동을 즐기는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우울 점수가 현저히 낮고 병원 방문 횟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악기 연주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첫째,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연주에 집중하다 보면 우울, 불안, 초조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온전히 음악에 몰두하는 순간만큼은 복잡한 생각들이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 악보를 보고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는 과정은 인지능력을 향상하고 뇌의 혈류량을 늘려준다. 뇌에 산소와 영양분이 풍부하게 공급되니 치매를 예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악보도 못 보실 줄 알았어요'라는 말처럼 아직 악보 읽기가 익숙지 않아 더 열심히 보고 손가락을 움직여야 하니, 뇌를 더 많이 사용하는 셈이다. 

 

셋째, 폐 기능 향상에도 효과가 크다. 색소폰을 불기 위해 깊은숨을 반복해서 들이마시고 내쉬는 과정은 폐활량을 늘려주고, 폐 깊은 곳까지 산소를 전달해 피를 맑게 해 준다. 실제로 목관악기를 활용한 음악 활동이 폐 기능과 호흡 불편을 개선하고, 암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외에도, 색소폰 연주 시 입 주변 근육과 혀 근육을 많이 사용해 구강 질환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 호흡기 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또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목표에 도달하면 강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반주기 등과 함께 연주하면서 음색을 주체적으로 주도하는 과정은 자긍심과 함께 심신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해 어떤 고가의 보약보다 더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온다. 이 성취감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다른 삶의 영역의 자신감을 높여준다.

 

색소폰은 관악기 중 가장 역사가 짧은 편으로, 1840년대에 벨기에의 악기 제작자인 아돌프 삭스(Adolphe Sax, 1814~1894)가 개발했다.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지금은 1인 1 악기로 남녀노소 나이를 떠나 색소폰 붐이 일고 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색소폰이 가져다주는 장점들을 하나둘씩 알게 되면서 단순한 취미를 넘어 건강한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비록 실력이 부족하지만, 이 멋진 친구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행복하다. 누구든 나이에 상관없이 '반려 악기' 하나쯤 만나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아보도록 적극 권하고 싶다.

 

 

[문용대]

‘한국수필’ 수필문학상 수상

‘문학고을’ 소설문학상 수상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한국예인문학, 지필문학, 대한문학, 문학고을’ 활동

‘대한문학 부회장’, ‘지필문학’ 이사

‘브레이크뉴스’ 오피니언 필진

수필집 [영원을 향한 선택]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이메일 : myd1800@hanmail.net

 

작성 2025.10.23 08:12 수정 2025.10.2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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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