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감옥이 있어 감옥 바깥에 있는 우리는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믿는다

고석근

한 남자가 갇혔다

그는 무례한 벽에 짓눌렸다

그는 벽을 없애려고 했던가 

잊으려고 했던가

 

 - 삐에르 쟝 주브, <감옥> 부분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헉! 아니, 내리막길에서는 어쩌려고?’

 

나는 프랑스 철학자 보드리야르의 경고를 생각했다. ‘감옥이 있어 감옥 바깥에 있는 우리는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믿는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말인가! 누구나 사춘기 때는 이 세상이 감옥임을 안다. 그래서 마구 대든다. 그러다 어떻게 되는가? 

 

그는 무례한 벽에 짓눌렸다

그는 벽을 없애려고 했던가 

잊으려고 했던가

 

잊고 살아간다. 어른이 되어서는 이 세상이 자유롭다는 생각까지 든다. 사춘기 아이들을 보며 질풍노도의 시기라며 껄껄 웃는다. 그 사춘기 아이들이 이번에는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타고 질주한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이 세상은 브레이크가 없어요! 빨리 멈춰야 해요!’

 

하지만, 감옥 바깥에서 울부짖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감옥에 갇힌 우리에게 제대로 들릴까? 낄낄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는 아이들의 비명만 들려올 뿐이다. 

 

이 세상이 망하지 않는 건, 어른들은 죽고 아이들은 계속 태어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언제까지 아이들이 계속 태어날 수 있을까?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10.23 08:32 수정 2025.10.2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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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