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사랑이 신을 흔들다 “자바섬 두라가 왕녀와 세메루의 신령”
안녕하세요, 김미희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위대한 신화 속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오늘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전통 설화, 두라가 왕녀와 세메루산의 신령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Let's go.
아득한 옛날, 바람이 신의 언어로 속삭이던 시절, 자바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세메루산은 신들의 거처로 여겨졌습니다. 그곳에는 ‘세메루의 신령’이라 불리는 존재가 살고 있었죠. 그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수호신이자, 인간의 욕망을 시험하는 자였습니다. 그 아래 마을에는 ‘두라가’라는 아름다운 왕녀가 살았습니다.
그녀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빛처럼 빛났지만, 마음속에는 늘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었죠. 왕녀는 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습니다. "왜 인간은 태어나고, 왜 사라져야 하나요?" 그 물음이 너무 깊어져 결국 신령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어느 날, 세메루산이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마을은 흔들렸습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신령에게 제사를 드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죠. 그때 두라가는 홀로 산을 향해 걸어올랐습니다. 그리고 용암처럼 타오르는 산정에서 신령에게 외쳤습니다.
“신이여, 인간의 고통이 죄입니까? 사랑이 탐욕입니까?” 그 순간 신령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습니다. “두라가여, 네가 인간의 진심을 대신 묻는다면, 그 답은 네 몸으로 받으리라.”
그 말이 끝나자, 두라가의 몸은 꽃잎처럼 흩어져 세메루의 바람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영혼은 산속 깊은 안개로 남아, 신령과 하나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세메루산이 분화할 때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왕녀 두라가가 신령에게 인간의 눈물과 사랑을 속삭이는 중이다.”
자바 사람들에게 두라가는 ‘희생의 화신’이자 ‘사랑의 메신저’로 기억됩니다. 그녀의 용기는 인간의 연약함이 곧 신성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죠. 자바섬 사람들은 지금도 세메루산 아래에서 제사를 지내며 그녀의 이름을 부릅니다. “두라가, 우리의 마음을 신에게 전해다오.” 인간이 진심으로 기도할 때, 산의 연기가 하늘로 곧게 오르는 것은 두라가가 그 소원을 신령에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서 세메루의 분화는 공포가 아니라, 인간과 신이 다시 이어지는 순간으로 여겨집니다. 두라가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랑의 언어로 영원히 살아 있는 존재가 된 것이죠.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김미희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