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샌드 스톰

최민

갈등은 어느 사회나 존재한다. 특히 가족 간의 갈등은 존재의 뿌리를 뒤흔드는 가장 위험한 갈등이다. 21세기 여성들은 참지 않는다. 개인과 사회와 국가가 이미 여성들의 ‘참음’에 인내를 요구하지 않는다. 우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세상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너무 세상을 모르는 것이다. 세상의 반은 여자다. 그 여자의 반은 탄압과 억압 속에서 차별받으며 살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개나 줘버린 사회에서 힘들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 ‘샌드 스톰’은 제목처럼 모래폭풍에 관한 이야기다. 모래폭풍은 사막에 살고 있는 배두인 사회에서 여성 삼대가 겪어 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삶에 관한 이야기다. 베두인 사회의 전통과 관습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다. 여성 개인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액세서리 정도로 빌붙어 살아간다. 모래폭풍은 가족 질서의 균열을 일으키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봉합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이슬람 사회의 여성이란 그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아가야 하는 고통스러운 존재다. 자, 모래 속풍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베두인의 부족 일원인 술리만의 첫째 부인 자릴라는 그녀의 남편이 새로 젊은 여인을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이하게 되면서 마을에서는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다. 이 와중에 자릴라의 큰딸 라일라는 신식 교육을 받았지만, 전통적인 부족의 관습과 여성의 역할, 그리고 가족 간의 기대 등 베두인의 규범과 갈등을 겪고 있다. 라일라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자유롭게 사는 꿈을 꾸고 있지만 베두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늘 강요하는 어머니 자릴라의 말에 모순을 느끼며 고뇌한다. 

 

라일라는 학교에서 다른 부족의 청년 안와르를 만나고 있다. 다른 부족과의 결혼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지만, 라일라는 그런 와중에도 사랑을 키워 나간다. 안와르는 라일라에 사랑을 확인한다.

 

“머리가 없어도 나랑 결혼할 거지?”

“응”

 

어느 날 안와르는 라일라의 집에 찾아와 아버지 술리만을 만나고 만다. 둘의 만남을 허락할 리 없는 술리만은 분노에 휩싸이고 라일라는 그런 아버지에게 화가 난다. 어머니 자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술리만과 이혼을 선택하고 친정으로 돌아가 버리자. 동생들을 돌보는 건 라일라의 몫이 된다. 먹을 것이 모두 떨어진 라일라는 아버지의 둘째 부인을 찾아가서 식량을 구하고 아버지 술리만은 변한 것이 없이 부족의 남자에게 결혼하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라일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동생들을 데리고 어머니를 찾아간다. 

 

새로운 세계로 나가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라일라는 비참하게 사는 엄마가 눈에 밟혀 다시 차를 몰고 참혹한 자신의 운명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리고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와 결혼하겠노라고 말한다. 다만 어머니와 이혼하지 않는 조건을 허락한다면 결혼하겠노라고 말한다. 그리고 라일라의 결혼식이 있던 밤, 라일라의 자유분방한 여동생 타스님은 몰래 방을 훔쳐본다. 언니 라일라의 남편은 방을 분홍색으로 예쁘게 칠해주겠노라고 하자 라일라는 잠시 망설이는데, 창문에 매달려서 이들의 신혼 방을 훔쳐보던 여동생 타스님이 용감하게 대신 대답한다.

 

“싫어”

 

라일라는 끝내 운명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늘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주체적인 동생 타스님의 모습에서 모래폭풍이 다시 불어온다고 해도 라일라는 동생들의 미래는 언젠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라일라들은 베두인의 여인들처럼 낡은 전통과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마을 공동체에서 개인의 자유를 탄압받으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토록 두꺼운 장막도 언젠가는 뚫리겠지만, 아직도 그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여인들의 삶은 얼마나 고단하고 슬플지 마음이 아려온다. 영화 제목처럼 폭풍은 한순간에 지나가 버리지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샌드 스톰’은 누군가의 말처럼 ‘입안에서 모래가 굴러다니는 듯한’ 영화다. 부족의 남자가 자신의 조카와 라일라를 결혼시키려고 하자, 옆에 있던 어린 동생 타스님이 똥고발랄하게 한마디 한다.

 

“웩…. 저 남자 너무 뚱뚱해요”
 

 

[최민]

까칠하지만 따뜻한 휴머니스트로 

영화를 통해 청춘을 위로받으면서

칼럼니스트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플로리스트로 꽃의 경제를 실현하다가

밥벌이로 말단 공무원이 되었다. 

이메일 : minchoe293@gmail.com

 

작성 2025.10.28 11:06 수정 2025.10.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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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