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구항, 왜 그렇게 어렵게 쓰는 걸까? - 기술이 아닌 권리의 문장

청구항은 기술이 아닌 권리의 경계선

전제부·특징부 구성에 따라 권리 범위 달라져

모호성 최소화 위한 ‘법률+기술’ 복합 문체

특허 명세서를 읽다 보면 청구항 부분에서 문장이 길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청구항의 복잡한 구조에는 이유가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설명이 아닌, 특허권이 미치는 법적 범위를 규정하는 핵심 문장이다.

특허청구항은 발명의 기술 내용을 서술하는 부분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의 경계’를 설정하는 조문이다. 특허권은 명세서 전체가 아니라 청구항에 기재된 내용에 한해 인정된다. 따라서 청구항은 “이 특허가 보호하는 영역은 여기까지”라고 선언하는 법적 문장으로, 기술자의 언어와 법률가의 언어가 결합된 특수한 형식을 취한다 사진=Unsplash

특허청구항은 발명의 기술 내용을 서술하는 부분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의 경계’를 설정하는 조문이다. 특허권은 명세서 전체가 아니라 청구항에 기재된 내용에 한해 인정된다. 따라서 청구항은 “이 특허가 보호하는 영역은 여기까지”라고 선언하는 법적 문장으로, 기술자의 언어와 법률가의 언어가 결합된 특수한 형식을 취한다.

 

청구항의 구조는 보통 전제부와 특징부로 나뉜다. 전제부에서는 “A 장치에 있어서”와 같이 기존 기술을 전제로 하고, 특징부에서는 “B 및 C를 포함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과 같은 발명의 핵심 구성요소를 명시한다. 반면, 전제부 없이 곧바로 “B 구성요소; C 구성요소; 및 D 구성요소를 포함하는 장치.”와 같이 기술하는 간결형 구조도 널리 사용된다.
이는 전제부가 오히려 권리 범위를 불필요하게 제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청구항이 평이한 문장으로 쓰이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청구항은 일반 독자를 위한 설명문이 아니라, 심사관·법원·분쟁 당사자 간 해석의 기준이 되는 법적 문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호성을 줄이고, 권리 범위를 최대한 넓히며, 분쟁 시 해석 가능성을 고려한 문체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효율이 좋다”, “이상적이다”와 같은 주관적 표현은 배제되고, “전력 소비량이 30% 감소하는 회로”와 같이 구체적인 수치나 기능으로 기술된다.

 

특히 단어 하나가 특허의 생사를 좌우하기도 한다.
‘포함하는’은 구성요소 외 다른 요소도 인정하는 개방적 표현으로, 권리 범위를 넓힌다.
반면 ‘~으로 이루어진’은 명시된 요소 외 다른 구성은 인정하지 않는 폐쇄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또는’, ‘및’의 사용 여부에 따라 선택적 관계인지 병렬 관계인지가 달라진다.
이처럼 표현 하나가 침해 판단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청구항은 하나의 독립항과 여러 종속항으로 구성된다. 독립항이 기본 권리 범위를 정의한다면, 종속항은 이를 세분화해 보다 구체적 보호를 설정한다.
예를 들어 독립항이 “이동 단말기를 포함하는 통신 시스템”이라면, 종속항은 “이동 단말기가 5G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과 같이 구체화된다. 이를 통해 하나의 발명으로 여러 구현 형태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다.

 

특허청구항은 복잡하고 난해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권리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과 분쟁 대비를 위한 법적 정밀성이 담겨 있다. 결국 청구항은 기술의 요약이 아니라 권리의 설계도이며, 한 문장 안에 기술적 의미와 법적 전략이 함께 녹아 있는 특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칼럼니스트  특허법인 서한  변리사 김동운
  • www.seohanip.com / blog.naver.com/seohanip2
  • ipdwkim@gmail.com / 02-553-0246 / 010-9124-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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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력
  •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 경력
  •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반
  • 발명진흥회 특허기술평가 전문위원
  • 발명진흥회 지식재산 가치평가 품질관리 외부전문가
  • 중소기업중앙회 경영지원단
  • (사)서울경제인협회 지식재산 자문위원

 

작성 2025.10.28 11:33 수정 2025.10.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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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