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언어, 찰나의 시학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이소정 시인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준비금 지원을 받아, 디카시집 『시간 위에 피는 빛』을 창연디카시선 28번으로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제1부 「멈춤 위의 길」 외 디카시 12편, 2부 「회색 숲」 외 디카시 13편, 3부 「침묵의 육지」 외 디카시 12편, 4부 「그림자 하나, 벽을 기어오른다」 외 13편 등, 총 디카시 54편이 실려 있다. 그리고 임창연 문학평론가의 해설 ‘ 빛의 언어, 찰나의 시학’이 실려 있다. 임창연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이소정 시인의 디카시는 ‘닫힌 문’이 아니라 ‘열려 있는 창’과 같다. 독자는 그 창을 통해 자신의 기억, 자신의 감정, 자신의 시간을 비춰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소정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눈에 보이는 장면을 넘어 보이지 않는 시간을 불러낸다. 나는 사진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사물의 외면을 넘어서 내면의 세계를 읽어내는 시인의 안목이다. 또한 디카시는 사진을 통해서 극순간의 찰나를 찾아내는 동시에 사라지는 사물의 목소리를 붙잡아서 호명하는 시인의 역할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디카시의 매력인 동시에 순간 포착을 위해 끊임없는 증진과 단련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시인의 운명을 말하는 것이다.
임창연 문학평론가는 “이소정 시인의 디카시에서의 시적 언어는 감정에 기대지 않는다. 감정을 덜어내고 남은 순간들만을 언어로 길어올릴 때, 그 문장은 더욱 내밀해지고 단단해진다. ‘문장이 아닌, 문장 사이의 여백’을 보는 시인의 시선은 결국 사진에서도 그러하다. 그녀는 뷰파인더를 통해 사물의 앞면이 아니라, 그 사물의 ‘존재 이유’를 들여다본다. 그리하여, 하나의 전깃줄에서 고요한 슬픔의 진동을 읽어내고, 폐차 안에서 노고의 사랑을 건져 올린다. 그녀에게 사진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며,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듣는 것’이다. 또한 디카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독자는 작가와 함께 사유하게 된다. 시인은 의도적으로 사진과 문장 사이에 여백을 남겨둔다. 그 여백은 독자가 채워야 할 공간이며, 그 채움의 방식에 따라 시의 해석은 무한히 확장된다. 이소정 시인의 디카시는 ‘닫힌 문’이 아니라 ‘열려 있는 창’과 같다. 독자는 그 창을 통해 자신의 기억, 자신의 감정, 자신의 시간을 비춰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소정 시인은 경남 창녕 출생으로 2015년 《한비문학》 시 등단. 시집 『깎다』(2023)와 디카시집 『시간 위에 피는 빛』(2025)이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민들레문학회 회원, 경남시인협회 사무국장, 경남문인협회 이사, 마산문인협회 부회장, 마산예술인총연합회 감사, 창연출판사 기획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