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 분석: '착시 성장' 논란 속, 한국 경제의 이중 구조 리스크
최근 한국 경제는 3분기 실질 GDP 1.2% 성장이라는 깜짝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이를 두고 '착시 성장(Illusionary Growth)' 논란과 함께 국내 경제의 이중 구조적 위험에 대한 심층적인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경기 회복세 뒤에 숨겨진 구조적 취약점을 분석합니다.
Ⅰ. 3분기 '깜짝 성장'의 빛과 그림자
1. 빛: 반도체 및 소비의 단기적 반등 (The Bright Side)
3분기 GDP 성장의 주요 동력은 수출과 민간소비였습니다.
반도체發 설비 투자 호조: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였고, 이는 기계류 중심의 **설비 투자(2.4% 증가)**를 견인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 등 첨단 기업들은 '더 큰 슈퍼사이클'을 예고하며 경제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소비 쿠폰 효과: 정부의 소비 쿠폰 지급 등 정책 효과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전 분기 대비 1.3% 급증했습니다.
2. 그림자: 건설 부진과 '체감 경기'의 괴리 (The Dark Side)
놀라운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싸늘합니다.
6분기 연속 '건설 투자' 위축: GDP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 투자는 지방 부동산 침체와 건설 사고 등의 영향으로 6분기 연속 위축(-0.1%)되었습니다. 이는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됩니다.
일자리 증가 폭 축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에 따르면, 인구 구조 변화와 낮은 경제성장세로 인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작년 16만 명에서 내년 11만 명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고용 시장의 둔화를 의미합니다.
내수 부문의 잠재적 위축: 소비가 정책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정책 효과가 소멸된 이후 내수 부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Ⅱ. 한국 경제의 '그림자 리스크': 부동산 PF 부실의 확산
표면적 성장 뒤편에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잠재적 위험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입니다.
PF 규모의 위험한 팽창: 현재 부동산 PF 규모는 약 200조 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약 100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브릿지론의 '뇌관' 역할: 특히 사업 초기 단계의 브릿지론 잔액(약 16.3조 원)에 부실 위험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시장 침체, 미분양 급증의 '삼중고'로 인해 건설사들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제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 PF 대출을 공격적으로 취급했던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저축은행의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4년 2분기 기준 **16.2%**까지 급등하며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Ⅲ. 향후 경제 전망과 정책 과제
현재 한국 경제는 AI·반도체 중심의 제한적 회복과 내수·건설·금융 부문의 구조적 취약성이 공존하는 복잡한 국면에 놓여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의 최우선 순위: 금융 당국은 PF 부실의 금융 시스템 전이(傳移)를 막기 위해 정상 사업장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부실 사업장의 과감한 재구조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구조 개혁을 통한 잠재 성장률 제고: 노동 시장의 경직성 해소와 첨단 기술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 장기적인 구조 개혁을 통해 잠재 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APEC을 통한 대외 협력 성과와 단기적인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그림자 리스크'를 해결하고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심층 처방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