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창업, 성공보다 ‘지속’이 더 어렵다 -  시니어 스타트업의 현실

퇴직금으로 꿈을 사는 사람들

‘두 번째 인생’의 창업이 겪는 현실의 벽

경험은 자산이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일까?”

 

매년 수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직장을 떠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은퇴 후 창업’이라는 두 번째 인생의 문을 두드린다. “퇴직금으로 나만의 가게를 내고, 그동안 못 해본 일을 해보자”는 기대가 그들을 움직인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만큼 따뜻하지 않다. 창업 후 3년을 버티는 시니어 사업체는 10곳 중 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폐업, 혹은 빚을 남긴다. 문제는 ‘성공’이 아니라 ‘지속’이다.

시장의 흐름은 빠르게 변하지만, 인생 2막의 준비는 대부분 느리다. 퇴직 후 6개월 만에 창업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는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충분한 시장조사나 교육 없이,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감각에 의존한 창업은 결국 체력과 자금의 한계를 드러낸다.

 

 

한국 시니어 창업, ‘제2의 직업’인가 ‘마지막 도전’인가

 

한국의 시니어 창업률은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50세 이상 창업자의 비율은 전체의 38%를 차지하며, 그중 60대 창업자는 15%에 달한다. 퇴직금과 연금을 종잣돈으로 삼아 카페, 분식집, 숙박업, 1인 유통업 등 다양한 분야에 뛰어든다.

그러나 시장의 구조는 이미 포화 상태다. 소자본 창업이 몰린 업종은 경쟁이 치열하고, 신규 진입자의 생존 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또한 시니어 세대가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운영, SNS 홍보 등 새로운 시장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한편, 정부는 고령층 창업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생존율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창업교육과 멘토링이 일회성에 그치고, 이후의 ‘지속 성장 단계’를 설계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 창업은 인생의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경쟁의 출발선에 불과하다.

 

 

‘경험’의 함정, 그리고 ‘배움’의 결핍

 

많은 시니어 창업자는 오랜 직장 경험을 자산으로 여긴다. 실제로 이들의 인내심, 책임감, 인간관계 능력은 젊은 창업자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경험이 곧 경쟁력은 아니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창업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시장 분석 부족’(32.4%), ‘홍보 및 마케팅 역량 미흡’(27.8%), ‘디지털 기술 활용 부족’(19.7%)이었다. 즉, 인생의 연륜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과 소비 트렌드에 대한 학습이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창업의 성공은 경험의 전이보다, 학습의 재개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방식으로 현재의 시장에 맞서려는 순간, 사업은 멈춘다.

또한 창업을 ‘생계유지 수단’으로만 여길 경우, 확장 가능성이 없다. 은퇴 후 창업이 진정한 의미의 ‘두 번째 커리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개인의 열정뿐 아니라 구조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시니어 창업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첫째, 창업 전 ‘적응기’를 제도화해야 한다.

퇴직 직후 바로 창업하는 대신, 6개월~1년간 시장 체험·교육 기간을 두는 ‘인생 이행기(transition period)’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미 ‘실버벤처스쿨’을 통해 60세 이상 예비 창업자에게 업종별 실습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이 제도 도입 이후 5년 생존율이 2배 이상 상승했다.

둘째,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시니어 맞춤형 창업 교육’이 절실하다.

국내의 많은 시니어 창업 프로그램이 여전히 이론 중심이다. 그러나 2025년 이후 창업의 성패는 온라인에서 갈린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SNS 브랜딩, AI 도구 활용 등 ‘디지털 소통’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기술이다.

셋째, 지역사회와 연계된 ‘협동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시니어가 혼자 창업하기보다, 지역의 청년·사회적 기업·지자체와 협력해 공동 브랜드를 운영하는 ‘협동형 모델’이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개인의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낳는다.

결국 시니어 창업의 성공 공식은 ‘개인 경험 + 디지털 학습 + 지역 협력’의 삼박자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지속은 불가능하다.

 

 

 

“은퇴 후의 삶은 ‘은둔’이 아니라 ‘재구성’이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사회적 역할의 시작이다. 그러나 그 출발점이 창업이라면, ‘지속 가능성’을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시니어 창업은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젊은 시절의 경력과 경험이 소중하듯, 새 시대의 기술과 감각도 배워야 한다. 경험은 과거를 증명하지만, 배움은 미래를 여는 열쇠다. 결국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버티는 힘’이다.

시니어 창업이 일시적 붐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이들의 두 번째 인생을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해야 한다. 인생 100세 시대, 은퇴 후의 도전은 ‘모험’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이 되어야 한다.

 

 

작성 2025.10.31 06:08 수정 2025.10.3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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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