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 '범용' 넘어 '특화'로: 루닛·KAIST 컨소시엄 선정의 의미와 글로벌 AI 패권 지형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의과학·바이오 분야의 독자 기술 자립 선언
【서울/워싱턴/베이징 특별취재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추진하는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개발 프로젝트 수행팀으로 루닛 컨소시엄과 KAIST 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되었다. 이 선정은 한국 AI 전략의 패러다임이 기존의 '범용 초거대 AI'경쟁을 넘어, ‘고부가 가치 산업 특화 AI’로 선회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의과학 및 바이오분야에 AI 핵심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AI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I. 루닛·KAIST 컨소시엄 선정의 의미: '버티컬 AI' 전략의 국가적 추진
1. AI 패러다임 전환: 범용에서 특화로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로 사전 학습되어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는 거대 AI 모델의 핵심 기반이다. 그동안 글로벌 AI 경쟁은 OpenAI의 GPT, 구글의 Gemini, 중국의 Ernie Bot등 범용적 성능을 극대화하는 모델(Horizontal AI) 개발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은 이 분야에서 미국, 중국의 압도적인 자본력과 컴퓨팅 인프라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하에, 국가적 역량을 '특정 전문 영역'에 집중하는 '버티컬 AI(Vertical AI)'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이수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AI 전략센터장):"루닛과 KAIST 컨소시엄의 선정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의료 데이터(루닛)'와 ‘원천 기술력(KAIST)’을 결합하여, 미국·중국도 아직 완전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의과학·바이오라는 고부가 가치 영역을 선점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전략의 시작입니다."
2. 루닛 컨소시엄: 의료 지식의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루닛 컨소시엄은 '분자에서 인구까지 전 주기 의과학 혁신을 위한 멀티 스케일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개발을 목표로 한다.
- 핵심 목표:최대 32B급의 의과학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임상 의사결정, 연구개발(R&D) 생산성 향상에 적용하는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한다.
- 협력 구조:루닛의 글로벌 의료 AI 기술력과 9개 이상의 국내 유수 의료기관이 보유한 고품질의 임상 및 의료 영상 데이터를 결합하여, 세계 최초로 의과학 분야 전 주기 지식을 담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의료 분야의 AI 자립을 넘어, 한국 의료를 글로벌 표준으로 끌어올리는 기반이 될 것이다.
3. KAIST 컨소시엄: 바이오 신약 개발의 혁신
KAIST 컨소시엄은 ‘차세대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K-Fold’를 통해 신약 개발분야의 혁신을 주도한다.
- 핵심 목표:단백질의 동적 상태 및 정량적 결합력을 예측하는 실용적인 AI 모델을 확보하는 것으로, 특히 통계적 경향성에 크게 의존했던 기존의 글로벌 모델(예: 구글의 알파폴드) 방식에서 벗어나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의 인과구조를 학습한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원천 기술 우위 전략을 채택했다.
- 오픈소스 전략:개발된 바이오 AI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국내외 바이오 생태계의 참여를 촉진하고, 2B급 경량 모델까지 함께 개발하여 기술 접근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II. 글로벌 AI 패권 경쟁 지형과의 비교
한국의 '특화' 전략은 AI 선진국들의 거대 자본 투입 전략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 국가 | 주요 AI 전략 및 집중 분야 |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특징 | 한국 '특화' 전략 대비 시사점 |
| ?? 미국 | 범용 AI(AGI)인프라 패권 | OpenAI, 구글, Meta 등 민간 기업 주도. 대규모 컴퓨팅 자원과 **투자(압도적 1위)**를 바탕으로 초거대 모델(GPT-4, Gemini 등) 선점. | 압도적인 스케일경쟁에서 벗어나, 틈새 시장인 '버티컬 도메인 특화'모델로 경쟁력 확보 시도. |
| ?? 중국 | 정부 주도의 AI 자립AI 특허 총량 | 알리바바, 바이두 등 국영 및 대형 민간 기업들이 정부 지원 아래 다수의 LLM개발(90개 이상). 자국어 특화AI 특허출원에서 세계 1위. | 범용 모델의 다수 개발은 여전히 중국의 강점. 한국은 의료/바이오 데이터의 신뢰성과 **질(Quality)**로 승부. |
| ?? 유럽 | AI 윤리 및 규제 선점 | AI 법(AI Act)제정 등 윤리 및 안전 규제에 집중. 모델 개발은 프랑스 미스트랄 AI등 소수 스타트업 중심. 투자 및 모델 수는 미·중에 비해 열세. | 윤리적 규제와 전문성이 강점. 한국은 유럽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수용하며 전문 분야의 기술 혁신을 결합하는 전략. |
해외 대비 한국 전략의 차별성: '양'보다 '질'과 '개방'
미국과 중국이 컴퓨팅 파워와 모델의 개수라는 '양적' 경쟁에 집중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의료 데이터 질(Quality)'을 기반으로 한 모델의 '전문성'과 '오픈소스(Open Source)'공개를 통한 생태계 확장이라는 '질적·개방적'전략을 택했다.
에이미 정 (글로벌 투자은행 테크 섹터 분석가):"루닛·KAIST 컨소시엄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한국의 기술 자립을 넘어섭니다. 특히 루닛의 의과학 모델은 임상 의사결정의 정확성과 안전성(Chain of Evidence)이라는, AI 규제가 까다로운 의료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는 차별화된 강점을 제시합니다. 이는 미국 빅테크의 범용 모델이 침투하기 어려운, 고도의 전문성과 신뢰가 요구되는 영역에서 한국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III. 결론 및 향후 전망: K-AI, 글로벌 스탠더드를 향하여
과기부의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한국 AI 산업이 글로벌 선두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루닛과 KAIST 컨소시엄은 한국의 기술 역량과 산업 경쟁력이 융합된 모범 사례로, 향후 2026년까지 글로벌 Top 수준의 모델을 구축하여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버티컬 AI의 성공적인 개발은 한국이 AI 기술 주권을 확립하고, 의료, 바이오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이제 단순한 기술 추격자가 아닌, 특정 분야의 AI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시하는 리더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