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업이 더 오래가는 이유
“나는 창작하지 않는다. 다만 전할 뿐이다”, 공자의 이 말은 요즘 시대에는 다소 보수적으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술이부작’의 철학이야말로 세계의 장수기업들이 수백 년을 넘겨 존재할 수 있었던 비밀이기도 합니다.
창의성은 완전히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옛 것을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새롭게 해석하는 힘이라는 것을 이들 기업은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고마타케(小俣竹) 공방'… 200년 넘게 이어지는 대나무 장인 정신
일본 교토의 '고마타케 공방'은 1800년대 초부터 대나무를 이용한 생활용품을 만들어온 기업입니다. 이 공방은 최신 기계를 도입하지 않습니다. 모든 제품은 손으로 만들며,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기술과 감각을 그대로 계승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복원이 아닌, 현대인의 감성에 맞춰 디자인과 기능을 재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전통 바구니를 현대식 도시락통으로 바꾸거나, 찻도구를 미니멀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합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새로 만들지 않았다. 다만, 전통의 의미를 다시 써 내려갈 뿐이다.”
이탈리아 ‘베레타(Beretta)’… 무려 500년의 역사를 지닌 총기 회사
1526년에 설립된 이탈리아의 ‘베레타(Beretta)’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기업 중 하나입니다. 총기 제조업체이지만, 이 회사는 전통과 기술의 계승을 혁신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래된 설계와 장인의 손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 기술을 적절히 도입해 제품의 본질은 유지하면서 시대에 맞게 발전시킵니다.
500년 넘는 역사는 그들이 단순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고, 오히려 ‘옛것을 지키며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독일 ‘Faber-Castell’ – 전통 속 창의성의 상징
1761년에 설립된 독일의 필기구 브랜드 '파버카스텔(Faber-Castell)'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필기구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들의 핵심 철학은 “진정한 창조는 일관된 품질과 역사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연필, 색연필 같은 전통적인 도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예술가와 디자이너를 위한 고급 창작 도구로 재해석했습니다. 그 결과, 파버카스텔은 디지털 시대 속에서도 "손으로 창작하는 즐거움"을 지켜내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들 장수기업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보존이 아닙니다. 전통은 창의성의 반대말이 아니라, 창의성의 뿌리라는 것입니다. 공자의 말처럼 ‘창작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를 소중히 여기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는 철학적 태도라는 점에서 우리는 창조의 새로운 정의를 찾아야 합니다.
기술과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지금, 오히려 오래된 것에서 진정한 차별성과 창의성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더욱 울림이 큽니다.